코스피가 사상 첫 4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은 이달 내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금·은 등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부진 등이 겹치며 10월 강세장을 뜻하는 '업토버'에 대한 기대도 줄어든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연말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산타랠리'로 옮겨가고 있다. 대규모 청산과 조정장 속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의 가상자산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연말 반등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에도 시장은 '조용'…사그라든 '업토버' 기대
가상자산 시장은 이달 들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업토버(10월 상승장)' 기대감이 커졌지만, 지난 11일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 사태가 발생한 뒤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로 28일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3조 8600억 달러로 지난 7일(4조 3200억 달러) 대비 약 10% 줄었다. 지난 17일에는 약 석 달 만에 3조 5300억 달러까지 쪼그라들기도 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는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자극해 가상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이번엔 효과가 미미했다.

한 가상자산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번 주 금리 인하 등 각종 이벤트로 업토버가 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코스피와 나스닥이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美 셧다운·가상자산 연쇄 청산…금 등 안전자산 선호 증가
가상자산 시장의 부진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미국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가상자산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톰 틸리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27일(현지시간) "내년 1~2월까지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번 회기에서 주요 가상자산 법안이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의회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 기관의 관할권을 명시한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클래리티법)'을 논의하고 있다.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도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가상자산 규제 샌드박스 시행을 추진 중이지만, 정부 셧다운으로 업무 처리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과 대규모 가상자산 청산 사태 이후 금과 은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가상자산은 반등 모멘텀을 잃은 모양새다.

특히 미국 지방은행들의 부실 대출 문제가 우려됐던 지난 16일(현지시간) 금 현물 가격은 장 중 한때 4318.7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은 가격 역시 온스당 54.15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대장주' 비트코인의 상승에도 알트코인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 상승세가 알트코인으로 확산하는 '순환매'가 나타났지만, 최근엔 그 흐름이 끊긴 상태다.

코인마켓캡의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지난 9월 20일 78포인트에서 이날 27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상위 100개 알트코인의 성과가 비트코인과 비교해 크게 뒤처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달 초 비트코인 신고가 경신 이후에도 알트코인은 활기를 찾기 못 하는 상황이다.

韓, 코스피 4000 돌파에 자금 이동…"기관 매수세로 상승 여력 여전"
외국인 투자자들의 진입이 막혀 있는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코스피가 사상 첫 4000선을 돌파하자 투자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며 투자 심리가 더욱 악화한 모습이다.

실제로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거래량은 지난 11일 70억 달러에서 28일 21억 달러로 70% 감소했다. 2위 거래소 빗썸 역시 같은 기간 약 66% 줄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연말 증시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이른바 '산타 랠리'가 나타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단기 조정 국면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는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타이거리서치는 지난 2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번 조정은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가상자산) 매집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주간 순유입액은 32억 달러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유입 규모를 기록했다. 가격 조정이 저점 매수 기회로 인식되면서 기관들의 자금이 다시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거시경제 전망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타이거리서치는 "글로벌 M2 통화 공급량도 96조 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 고점을 경신 중"이라며 "노동 시장 안정세와 경제 회복세가 맞물리며 위험자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쇄 청산 이후에도 기관들은 지속해서 (가상자산을) 매수하며 하방을 탄탄히 방어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건전한 조정으로 보이며 기관들의 추가 진입이 이어질 경우 중장기 상승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