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만기 사상 최대인데…공사채가 자금 쓸어갈 판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2월 21일, 오후 09:32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국내 기업이 내년 자금조달 절벽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만기를 맞는 회사채 규모가 사상 최대에 달하는 가운데 초우량등급인 공사채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금을 빨아들일 것이란 전망에서다. 가뜩이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금리가 오르는 상황인데 수급부담까지 겹치면서 내년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높다.

21일 본드웹에 따르면 내년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78조1568억원으로 과거 역대 최대규모였던 지난 2024년 약 73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올해 만기물량인 68조2379억원과 비교하면 14.5%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만기 물량 중 38%에 달하는 29조3371억원이 1분기에 집중돼 있다. 연초 자금조달 절벽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내년 공사채 발행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공사채는 위험이 사실상 없는 초우량채인 만큼 발행이 늘어날수록 크레디트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구축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공사채 시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부동산 및 주거 금융 관련 공공기관의 자금 조달 수요가 상당한 상황에서 산업통상부가 추진 중인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 발행도 앞두고 있다.

특히 공사채 스프레드(가산금리)까지 벌어지며 구축효과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공사채인 한국전력만 보더라도 3년물 스프레드가 지난 19일 기준 같은 만기의 국고채 대비 24bp(1bp=0.01%)로 나타났다. 스프레드가 벌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공사채의 가격 매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담당은 “공사채는 크레디트 시장의 최상위에 있는 만큼 이 구간에서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회사채나 여전채 등 하위 크레디트로도 스프레드 확대가 전이될 수밖에 없다”며 “구축효과 영향은 충분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의 시선은 초대형 증권사들의 발행어음과 IMA 도입으로 향하고 있다. IMA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이 우량 등급 회사채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위축된 투자 수요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IMA와 발행어음 확대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77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IMA 인가를 받았고, 키움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자로 합류했다. 여기에 추가 인가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향후 100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자처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종투사 지정은 회사채 수요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중견기업 및 A등급 채권 투자액은 모함자본 공급의무액의 30%까지 이행 실적으로 인정되는데, 이같은 한도가 생기는 점은 A등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신규 수요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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