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억 무이자 '아빠 찬스'로 130억 집 산 아들, 결국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2월 24일, 오후 07:24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 지방 대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동산 기획조사에서 1000건이 넘는 위법 의심 사례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부모로부터 거액을 빌린 편법 증여부터 시세를 조작하는 ‘가격 띄우기’, 미성년자의 다주택 매입 등 거래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들이 전방위적으로 포착됐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하반기 실시한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 결과 총 1002건의 위법 의심 거래를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서울과 과천, 성남 분당·수정, 용인 수지, 안양 동안, 화성 등 경기 주요 지역의 올해 5~6월 거래분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특수관계인 차입금 과다 사례. (사진=국토교통부)
적발된 673건의 위법 의심 거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편법 증여’(496건)로 나타났다. 대표 사례로는 서울의 한 아파트를 130억원에 매수하면서 부친으로부터 106억원을 무이자로 차입한 경우가 적발됐다. 별도의 차용증이나 적정 이자 지급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특수관계인 차입금 과다’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사업자 대출을 주택 구입에 전용한 사례도 135건에 달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를 17억 5000만 원에 사면서 새마을금고로부터 기업 운전자금 명목으로 받은 7억원을 보태 사용한 한 매수인은 대출금 ‘용도 외 유용’으로 행정안전부 조사를 받게 됐다.

또한 주택 거래를 하면서 실제와 다른 거래 금액이나 계약일로 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160건으로 나타났다.

◇ 시세 조작 ‘가격 띄우기’부터 미성년자 매매까지…단속 확대

신고가로 거래를 신고한 뒤 돌연 취소해 시세를 교란하는 ‘가격 띄우기’에 대한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3년 3월부터 2025년 8월 사이 발생한 서울 아파트 해제 거래 중 의심 건 437건을 조사해, 총 142개 거래에서 161건의 위법 행위를 찾아냈다. 국토부는 이들 사례 중 총 10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특수관계인(법인-법인 사내이사)간 허위신고 의심 사례. (사진=국토교통부)
적발된 사례 중에는 법인 사내이사와 그 배우자가 종전 가격보다 높은 16억 5000만 원에 아파트를 거래했다고 신고한 뒤 9개월간 유지하다 해제한 경우가 포함됐다. 이들은 이후 제3자에게 18억원에 해당 매물을 넘겼는데 계약 해제 후에도 계약금 등을 돌려주지 않은 정황이 포착돼 허위 신고 혐의로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주택 다수 매입이나 신축 단지 분양권 저가 거래 등 ‘특이동향’도 점검했다. 정부는 서울·경기뿐만 아니라 인천, 부산, 대전 등 지방 대도시까지 조사 범위를 넓혀 이상거래 334건을 찾아내고 이 중 187건의 거래에서 250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적발했다. 미성년자의 주택 매입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실거래가보다 낮게 신고하는 ‘다운계약’ 의심 사례를 집중적으로 파악해 관계 기관에 통보했다.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2025년 하반기 거래분에 대한 기획조사 범위를 더욱 넓힐 계획이다. 기존 서울·경기 규제지역뿐만 아니라 거래량이 늘고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는 구리 남양주 등 ‘풍선효과’ 우려 지역이 타겟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부동산 거래계약 해제 신고 시 해제 사유를 ‘매수자 자금 부족’ 등 유형별로 선택하게끔 서식을 개선해 시세 교란 행위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국토부는 앞으로도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를 통해 투기적·불법적 거래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면서 “실수요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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