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15억' 대출규제에 키 맞추는 아파트들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2월 26일, 오전 05:46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서울 주요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 거래가 15억원 선에서 멈춰 서는 ‘대출 키맞추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가 10·15 대책에서 15억원이하로 거래되는 주택에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상한선을 설정해두면서 수요가 몰리는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15억원까지는 빠른 속도로 가격이 오르지만, 15억원 이상으로는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해보면 서울 서대문구 DMC파크뷰자이는 국민평형(전용 84㎡)이 15억원에 맞춰 거래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DMC파크뷰자이는 10·15 대책이 발표된 이후인 10월 16일부터 이날까지 전용 84㎡ 기준 12건의 매매 거래가 체결됐다. 이 단지는 규제 발표 직전 동일 면적이 13억 후반대에서 14억원대를 오가며 매매거래가 체결됐다. 최근 이 일대 수요가 몰리며 대책 발표 직전 날인 10월 14일에는 전용 84㎡가 15억 2000만원까지 올라 매매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10·15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가격 구간별로 명확히 설정되면서, 15억이 넘어서는 매물은 15억원으로 내려와 맞춰지고 14억원대에 팔리던 매물도 15억원에 매매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이 단지 전용 84㎡는 정확하게 15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으며 지난달 22일에도 정확히 15억원에 맞춰 계약이 체결됐다. 이후 지난 5일 15억 5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하며 15억원을 넘어선 거래가 체결되긴했지만 바로 다음 거래에서 14억 9800만원에 매매거래되며 15억원 밑으로 하락거래됐다.

해당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실거주 목적으로 이 일대 집을 보러오는 젊은 부부들이 꽤 늘어난 분위기인데, 다들 이 가격대엔 주담대가 풀(6억원)로 나오는 게 맞는지 확인을 하곤 한다”며 “때문에 15억원 이상 받고 싶은 일부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방인권 기자)
앞서 정부는 10·15 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전역과 수도권 12곳을 규제 지역으로 묶고 △15억원 이하 주택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발표된 정책이지만 역설적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선’으로 명확히 제시되면서, 시장에서는 이 한도를 기준으로 매수 전략을 재편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답십리파크자이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용 84㎡는 10·15 대책 이전 12억~13억원대에 거래되다, 지난달 14억 4000만원에 거래된데 이어 이달 6일 14억 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 래미안하이베르 전용 84㎡ 역시 대책 발표 이후인 지난달 말 14억 9000만원에 거래되며 15억원 대출 기준선에 바짝 다가섰다.

전문가들은 차주의 상환능력 등에 따른 대출 제한이 아닌 절대적인 금액으로 상한선을 둘 경우 오히려 매수 심리만 더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차주의 상환 여력 등이 아닌 절대적인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한도를 설정하게 되면 지금처럼 시장심리가 금액을 기준선으로 보고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서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심리를 자극하게 된다”며 “결국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구매가능한 범위의 주택에 대한 수요와 매매가 늘어나게 되며 중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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