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12·29”…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희생자 추모식 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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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29일, 오전 12:24

[무안=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무거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1년 전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 2216편이 활주로 끝단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과 충돌하며 멈춰 섰던 바로 그 시각을 기리는 소리였다.

29일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열린 12ㆍ29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김유진 유가족 협의회 대표 등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와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10시 무안국제공항에서 참사 1주기 추모식을 엄수했다. ‘기억하라 12·29, 막을 수 있었다. 살릴 수 있었다. 밝힐 수 있다’를 주제로 열린 추모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김민석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지자체 및 국회 관계자 총 1200여 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추모식에 앞서 사이렌이 울리는 동안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단체 묵념을 진행했다. 이어 천주교와 불교, 기독교 교단 관계자들이 함께 위령제를 열었다. 이후 추모식에서는 희생자 179명을 기리는 헌화를 시작으로 기록 영상 상영, 추모사, 주제공연, 추모공연 등이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추모사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깊은 사죄의 말씀 올린다”며 “이제는 형식적인 약속이나 공허한 말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와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고 여객기 참사의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가족의 일상 회복을 위해 심리 의료 법률 생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가족협의회도 추모식을 통해 희생자를 기억하는 동시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의지를 당부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전원 사망’이라는 자막 아래 우리들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며 “참사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이행되지 않는다면 이 비극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조위의 독립을 약속했던 그 약속이 이제는 선언이 아닌 제도로, 형식이 아닌 진실로 이어지길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는 이 참사를 과거의 일로 치부하지 않겠다”며 “사조위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이관하는 법률안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으며 지난주부터는 국정조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또한 정부와 관계기관을 향해 “진상조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빠짐없이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모 공연은 ‘집으로 오는 길’을 주제로 진행됐다. 사고 당시 방콕에서 한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탑승편을 재연한 영상에 이어 희생자들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됐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객석 중앙에 주인을 찾지 못한 탑승권이 한 장씩 놓였다. 유가족들은 이름이 불릴 때마다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오라”고 오열했고 현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추모식을 마친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인 활주로 끝단 로컬라이저 시설을 찾아 희생자들과 마지막 작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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