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 뒤쪽으로 청와대 일부 모습이 보이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로 재이전한 지 5일째를 맞은 지난 2일 찾은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 상권에서는 대통령실 복귀에 따른 체감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한 식당에는 ‘청와대 근무자·경찰관 할인’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고 상인들은 유동 인구가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 도보 5분여 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58세·여)는 “점심 후 가게를 찾는 손님이 확 늘었다”며 “최근 들어 다시 활기가 도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근무 중이던 한 경찰은 “통인시장이나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주로 해결하는 편”이라고 했다. 체감 영하 10도의 한파 속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 차림으로 골목을 오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미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거래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수천명에 달하는 청와대 직원들이 돌아오면서 점심이나 저녁 장사는 확실히 나아졌고 최근 신규 상가 거래도 있었다”며 “특히 식사 중심 업종은 체감이 있다”고 말했다. 서촌은 관광객 유입에 따라 좌우되는 상권이라기보다는 인근 거주민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내수 기반 상권으로 꼽힌다.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서촌 상권에서 관광객 비중은 체감상 20%에 못 미친다”라며 “북촌과 달리 서촌은 거주 인구가 많아 내수 중심 상권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주변 식당에 ‘경찰관 청와대 근무자 할인’ 문구가 부착된 모습.(사진=김은경 기자)
주택 시장의 흐름은 상권과는 다르다. 서촌 일대는 청와대 복귀와 무관하게 이미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구조다. 과거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할 당시에는 직원 이탈로 일부 매물이 나오며 가격이 반짝 상승했지만, 현재는 거래 가능한 물건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게 중개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집값이 오르기보다는 매물이 없어서 거래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 지역은 고도 제한 등 각종 규제로 개발 여력도 크지 않아 가격 관망세가 짙다”고 했다.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청와대 복귀를 계기로 주택 계약이 늘었거나 향후 크게 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촌 주민들의 인식도 이곳 주택 시장의 관망세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민 중 60~70%는 청와대가 근처에 있는 것 자체를 하나의 상징이자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인다”며 “그만큼 기존 주민의 지역 선호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때문에 수요는 많은데 나온 집이 없고 전세 물건도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가격 상승을 논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구조적 수급 불균형 속에서 중장기 가격 흐름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린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단기 급등은 아니더라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극히 제한적인 지역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직원 등 실거주 이주 수요가 몰려 가격이 일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빈 상가에 ‘계약 완료된 상가입니다’ 문구가 부착된 모습.(사진=김은경 기자)
대통령실이 떠난 용산 일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청사 주변에서는 상권 침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삼각지역에서 신용산역에 이르는 대로변을 중심으로 ‘용리단길’ 상권이 형성되며 전반적으로는 대기업 직원과 젊은 소비층 유입이 굳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용리단길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용리단길은 이미 ‘핫플(핫플레이스·인기지역)’이 됐고 유동 인구가 워낙 많은 지역이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손님이 줄 것이라는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택시장에서는 대통령실 복귀 소식 이후 삼각지역 인근 아파트와 주상복합 단지에서 실거래가가 다시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그동안 교통 통제와 집회로 주거 수요가 위축됐던 분위기가 경호·집회 인력 감소와 출퇴근 환경 개선 기대감으로 반전됐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용산 한강로 주상복합 ‘센트럴파크’ 전용 114㎡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 계획이 발표됐던 2022년 3월 32억 5000만원(30층)에 거래된 뒤 등락을 거듭했다. 이후 청와대 재이전 추진 시점과 맞물린 지난해 9월 43억 5000만원(31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청와대 시민 관람을 일시 중단하며 대통령실 복귀 작업을 본격화한 바 있다. 신계동 ‘용산e편한세상’ 전용 84㎡ 역시 2022년 3월 18억 4000만원(3층)에서 한 달 만에 21억원(10층)으로 뛰었다가 조정을 거친 뒤 지난해 10월 9일 21억 6500만원(3층)에 다시 신고가를 썼다.
인근 주민들은 교통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용산동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68세·여)는 “대통령 출퇴근 동선이 포함됐던 삼각지역과 신용산 일대는 평일 아침마다 교통 혼잡이 심했다”며 “집회로 소음이 심해 주거지로서 피로감이 누적됐는데 앞으로 그런 걱정이 없어져서 더 살기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주변 부동산에 상가 매매 정보가 부착된 모습.(사진=김은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