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예르긴 S&P글로벌 부회장 (사진=S&P글로벌)
중국의 원유 수요가 정점에 달한 점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꼽혔다. 그는 “약 20년간 세계 수요 증가의 절반을 중국이 견인해왔지만 그 시대는 끝났다”며 “중국 정부의 전기차(EV) 보급 정책과 중국 제조사의 기술 혁신이 그 배경이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저유가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예르긴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지표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55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약 4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매도’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매수’의 줄다리기에서 전자가 우세해진 결과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과 관련해 예르긴 부회장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은 재건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많은 우수한 인력이 떠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석유 회사들의 베네수엘라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는 “이라크나 리비아를 보면 정권 교체가 되어도 정세가 안정된다고 할 수 없어 신중하게 투자를 판단할 것이다”며 “거버넌스가 어떻게 될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에서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중동 석유의 중요성이 감소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예르긴 부회장은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중동 석유의 중요성은 변함없다”며 “앞으로 세계는 중동 석유에 다시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셰일의 생산량이 정점에 달하면서 시장 심리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원유 허브의 원유 저장 탱크들 모습 (사진=로이터)
휴전 합의 후 외국 기업의 러시아 투자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통치하는 한 외국 기업들은 에너지 투자를 주저할 것이다”며 “장기 투자에는 신뢰가 필요한데 푸틴이 그것을 박살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이란 정세가 원유 시장을 흔들 리스크에 대해서는 장기화를 우려했다. 예르긴 부회장은 “이란은 방공 시스템 같은 군사력 재구축을 목표로 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이 그것을 막으려 한다”며 “친이란파 대리 세력은 약화했지만 이란은 재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재충돌로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란을 둘러싼 분쟁은 종결과는 거리가 멀고 장기적인 대립이 될 것이다”며 “이란 지도부에게는 혁명 체제 유지가 경제 성장보다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지역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페르시아만의 아랍 국가들은 긴장 완화를 원하고 있지만 이란의 핵개발은 지역의 핵확산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다니엘 예르긴 S&P글로벌 부회장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서 ‘황금의 샘(The Prize)’을 비롯해 ‘뉴 맵(The New Map)’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여러 행정부의 에너지부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미국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정유시설.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