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이런 상황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새 연구 보고서에서 “구리 수요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동시에 광산 공급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요인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구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P글로벌의 에너지 전환·핵심 금속 컨설팅 책임자인 오리앙 드 라 누에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AI와 데이터센터는 구리 수요 전망에서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이런 신규 수요를 고려하기 전부터 이미 세계가 공급 부족 궤도에 올라 서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구리 수요가 2040년엔 현재보다 50% 늘어난 연간 4200만톤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건설·가전·운송·발전 등 전통적 수요처가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전기자동차·재생에너지·배터리·전력망 확충 등 에너지 전환 분야가 가장 큰 증가분을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및 인프라, 글로벌 국방비 확대 등 신규 수요도 규모를 키우고 있다. 전 세계 설치된 데이터센터 용량이 2040년까지 약 4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분야에서 발생하는 구리 수요는 국방비와 합쳐 2040년까지 약 3배 증가, 연간 400만톤을 추가로 소비할 수 있다고 S&P글로벌은 예측했다. 구리는 거의 모든 군사 무기에 필수 소재다.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도 잠재 수요처로 꼽혔다. 보고서는 관련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지만, 2040년까지 전 세계에서 10억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동된다면 연간 160만톤, 현재 소비의 약 6%에 해당하는 구리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공급이다. S&P글로벌은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이 2030년을 전후해 연간 3300만톤 수준에서 정점을 찍은 뒤, 기존 광산의 광석 품위 저하와 신규 프로젝트 인허가·재원 조달·건설 지연 등으로 공급 확대에 한계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재활용 구리 생산량이 두 배 이상 늘어 1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2040년에는 연간 1000만톤 규모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S&P글로벌은 이 같은 공급 부족 전망이 어디까지나 ‘가정’에 기반한 시나리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격이 급등하면 일부 제품에서 구리를 다른 소재로 대체하거나, 그동안 경제성이 떨어졌던 신규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수익성을 확보해 공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개발 기간 장기화, 비용 상승,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 구조 등으로 구리 시장이 점점 더 공급 차질에 취약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S&P글로벌 부회장이자 이번 연구를 공동 주도한 다니엘 예르긴은 “천정부지 치솟은 구리 가격은 업계에 호재이지만, 현재 수준의 고가가 안정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이번 연구가 곧바로 ‘구리 가격이 새로운 고점에서 장기 정착했다’는 증거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