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AI·반도체 전쟁…사활 건 싸움에 韓 대응은?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1월 19일, 오전 09:54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우리는 인공지능(AI) 기술과 인프라를 미국에 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한 일은 미국 주도의 AI 시대 선언이었다. 그는 백악관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AI 합작회사 ‘스타게이트’ 설립과 5000억달러(약 737조 75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AI와 반도체를 단순한 성장 산업이 아닌 국가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고, 해당 분야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고착화시키기 위한 전면전에 돌입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1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스타게이트 발표식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이 소프트뱅크 그룹의 회장 겸 CEO인 손 마사요시, 오라클의 공동 CEO인 래리 앨리슨, 오픈 AI의 CEO인 샘 올트먼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AI 인프라와 반도체 생태계를 하나의 국가 전략 산업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망, 반도체 생산, AI 학습 자원을 통합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 차원을 넘어 미국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와 민간 투자 촉진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취임식 직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활용’을 위한 행정명령의 취소를 명령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의 AI 주도권 유지를 목표로 하는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 미국의 AI 행동계획’을 공개하고, 넉달 후 AI 모델을 국가 안보와 과학기술 전략에 활용하는 ‘제네시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주(州) 정부의 AI 규제를 막고 연방 차원으로 규제를 일원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큰 틀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건설 속도를 끌어올리고, 세제 혜택과 연방정부 계약을 통해 민간 자본을 AI·반도체 분야로 집중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AI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AFP)
대외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기술 봉쇄 전략이 더욱 정교해졌다. ‘고성능 AI 생태계’를 독점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첨단 반도체, AI 가속기, 장비·설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통제를 무기화했으며, 중국이 최첨단 AI 칩 등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틀어막고 있다. 동시에 동맹국과의 협업 등 기술 블록화를 통해 미국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굳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달 14일 발표한 ‘미국 산업에 기여하지 않는 반도체에 대한 25% 관세 부과’ 포고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는 미국을 경유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엔비디아 H200 등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H200은 종전 중국 수출용 AI 칩인 H20 보다 고성능이지만, 최첨단 블랙웰이나 루빈 기반 아키텍처와 비교하면 뒤처진다. 이를 중국에 팔아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견제하고 중국의 대미 기술 의존도를 높이는 동시에 관세 25% 부과로 실리까지 챙기겠다는 셈법이다.

이 같은 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와 기술 봉쇄 속에서 중국은 자립자강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 AI 모델 ‘딥시크’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최첨단 반도체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알고리즘 효율과 비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주며 ‘가성비 AI’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중국은 이를 발판 삼아 반도체·AI 전반에서 ‘기술 자립’ 속도를 높이고, 미국 중심 기술 질서에 균열을 내겠다는 계산이다. 중국은 미국의 H200 판매 또한 제한적 수입만 허용해 이를 제한하고 있다.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중심 혹은 중국 중심의 반도체·AI 생태계 양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안보·기술은 미국, 생산·투자는 중국과 얽힌 한국엔 곤란한 상황이다. 산업과 안보 당국이 긴밀히 협업해 기업의 현실을 반영해 이러한 구조적 난제를 잘 헤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