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역 일대. 평일 낮이었지만 부동산 중개업소 안팎은 분주했다. 한 중개업소에선 단 5분 동안 4명의 손님이 들어섰고 끊임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10·15 대책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분위기와 달리 최근 들어 집을 보러 오겠다는 문의가 다시 늘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매물은 부족한데 수요가 먼저 움직이면서 가격이 다시 꿈틀대는 양상이다.
서울 노원구 ‘포레나노원’ 아파트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서울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 회복 신호가 나타나면서 대출·거래 규제의 체감 효과가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6·27 대책에 이어 10·15 대책 역시 비슷한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계동 ‘포레나노원’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2억 4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10월 거래(11억 5000만원) 이후 두 달 만에 1억원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최근 들어 가격이 2000만~5000만원가량 추가로 높아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실입주가 가능한 물건만 거래되는데 그런 매물이 거의 없다”며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전화가 올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었기보다는 오른다는 얘기가 돌다 보니 괜히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며 “문의가 먼저 늘면서 체감 가격이 같이 올라가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성북구 길음동 뉴타운 일대도 비슷한 흐름이다. 길음동부센트레빌 전용 59㎡는 최근 10억원 후반대에 호가가 형성됐고, 84㎡는 11억원선까지 나와 있다. 길음뉴타운4단지e편한세상 전용 84㎡ 역시 지난해 10월 10억 5000만원에서 12월 말 11억 3000만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길음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상급지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한 단계 아래 지역으로 수요가 내려왔다”며 “집주인들이 가격을 5000만원씩 올려 부르고 다시 연락이 오면 또 올리는 식으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노원·도봉·강북(노도강)과 금천·관악·구로(금관구) 등 서울 외곽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며, 집값 상승 흐름이 외곽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4단지e편한세상’ 아파트 전경.(사진=김은경 기자)
최근 거래의 중심은 10억원 이하 또는 15억원 안팎 가격대다. 대출 규제로 15억원 기준 대출 한도가 갈리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이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 속에서 임차로 버티기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을 해서라도 거주 목적의 매수를 택하는 수요가 먼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같은 구 안에서도 오르는 곳만 오르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노원·길음 일대에서도 대단지·뉴타운 인접 단지는 빠르게 가격을 회복하는 반면, 주변 중소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제한적인 모습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일대 부동산들.(사진=김은경 기자)
서울 30억~40억원 고가 매물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송파구는 비교적 잠잠한 분위기다. 잠실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거래가 거의 끊겼다”는 반응을 공통으로 내놨다.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2월에는 계약서를 한 장도 쓰지 못했다”며 “규제 영향도 있지만, 송파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경기 둔화와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중저가 거래 회복이 마포·성동 등 2급지를 거쳐, 장기적으로는 1급지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외곽에서 집을 산 실수요자들이 결국 더 나은 입지를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수요가 다시 움직이면 마포·성동 등 2급지를 거쳐 1급지로 가격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효과가 단기에 그치는 이유로 공급 공백을 꼽는다. 양 전문위원은 “수요 억제책이 효과를 내는 동안 공급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이번에도 공공임대 중심 논의에 머물렀다”며 “입주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인데 유동성은 많아 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역시 시장을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규제 지역에 집값이 내려간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오히려 규제가 매물 잠김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크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결국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랩장은 “임대·공공주택과 함께 연립·다세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수도권에서 일정 규모의 착공 물량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계획이 아닌 인허가·착공 기준으로 현실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