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中 주식 떠난 자금, 금·은으로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귀금속 가격 급등의 진원지는 중국이다. 부진한 주식시장에 실망한 중국 개인투자자는 대거 금과 은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
상하이선물거래소의 은 선물 거래량은 지난 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중국 투자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너무 안 좋아서 은으로 갈아탔다”며 “주변에 많은 사람이 은 투자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알렉산더 캠벨 전 원자재 책임자는 “중국이 팔았고 이제 우리는 그 결과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는 펀더멘털과 무관한 투기적 거품의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불안·인플레 공포? 데이터는 정반대”
전문가들은 그동안 귀금속 가격 급등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설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가설이 모두 실제 시장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 가설은 달러 불안에 따른 대안 수요다. 달러 약세에 대비해 투자자가 금을 매수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달러가 약세면 금이 오르고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해야 하지만 지난 1년간 금은 달러 환율과 무관하게 움직였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초 이후 소폭 하락한 반면, 일본·프랑스·독일·영국 등 주요국 국채 수익률은 모두 올랐다.
두 번째 가설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에 따른 ‘가치 저하 거래’다. 정부 부양책과 달러 약세로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금 매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자 금과 은 가격이 급락한 것은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워시는 경쟁자인 케빈 해싯보다 금리 인하에 덜 적극적인 매파로 평가받는다. 이날 주식·금·은은 하락했고 달러와 장기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사진=로이터)
세 번째 가설은 글로벌 성장 기대감이다. 2001~2007년 금융위기 이전처럼 투자자가 미국 주식보다 외국 주식을, 대기업보다 소기업을 선호하면서 금도 함께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WSJ는 “이것도 왜 달러가 엔화·유로·파운드에 대해 모두 똑같이 하락했는지 12개월 만에 은 가격이 3배가 된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루 만에 급락…“투기 거품의 증거, 단기 조정 불가피”
지난달 30일 금과 은 가격 급락은 투기 거품의 증거로 해석된다. 워시의 연준 의장 지명이라는 단일 이벤트에 귀금속 가격이 하루 만에 급락한 것은 가격 상승이 펀더멘털이 아닌 투기에 기반을 뒀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WSJ는 “금은 여러 시나리오에서 역할을 하지만, 특히 은의 급등과 붕괴를 포함한 움직임의 규모는 상당한 거품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매뉴라이프의 에밀리 롤랜드 공동 수석 투자 전략가는 “포물선 방식으로 상승하는 것은 무엇이든 보통 포물선 방식으로 하락한다”며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레버리지를 활용한 선물 거래는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투자자의 투기적 매수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금의 가치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확대 등이 근본적 수요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투기 자금 이탈과 장기 펀더멘털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