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빗썸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6.2.11 © 뉴스1 신웅수 기자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이 이벤트 과정에서 비트코인 62만 개를 오지급한 사태와 관련해 국회가 강도 높은 질타를 쏟아냈다. 대리급 직원 1인의 실수와 20여 분간의 수량 대조 공백이 드러나며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확산하자 이재원 빗썸 대표는 직접 국회에 출석해 공식 사과했다.
금융당국 역시 "현행법이 허술하다"며 금융회사 수준의 규제 체계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리급 직원 1인 실수에 비트코인 62만 개 지급…내부 통제 허점 도마
이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심려를 끼쳤다"며 "대한민국 디지털자산 시장을 신뢰해 준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지난 6일 발생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 자리였다. 빗썸 경영진을 비롯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하주식 금융정보분석원(FIU) 제도운영기획관 등이 참석했다.
질의는 사고 원인 규명에 집중됐다. 중앙화 가상자산 거래소(CEX)는 실제 자산을 이동하기 전 데이터베이스상 수량을 변경하고, 장부상 수량과 실제 보유 수량을 대조하는 '장부 거래'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빗썸은 사고 당시 약 20분간 장부 수량과 실 보유 수량 간 대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업비트는 5분 단위로 수량 비교·대조를 실시하고 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규모 자산이 거래되는데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벤트 지급용 별도 계정 미운용, 다중 결재 절차 미비 등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급 예정 수량과 보유량을 교차 검증하는 시스템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백엔드 시스템 고도화 과정에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전하며 이런 부분(다중 결재)이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대리급 직원 1명의 실수로 62만 개가 지급됐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렸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2조 원이 대표나 이사회 승인 없이 지급됐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단순 '펫핑거'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특수관계인 거래 여부를 질의했다.
이 대표는 "임직원은 테스트 계정을 제외하고 회사 계정을 보유하거나 거래할 수 없다"고 답했다.
대응 지연도 쟁점이 됐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오후 7시쯤 오지급 이후 시장에 영향이 발생했는데, 금감원 보고는 오후 8시 이후였고 공지도 5시간 넘게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1788개의 비트코인 매도 과정에서 발생한 패닉셀과 약 30명 규모 강제청산을 1차 피해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당국과 점검 중이며 고객센터 민원 등을 통해 구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연간 수백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쓰면서 안전 시스템 투자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IT 보안 예산에는 한도를 두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원 빗썸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2.11 © 뉴스1 신웅수 기자
당국 감독 책임 확산에 "현행법 허술"…"거래소 지분율 제한과는 관계없어"
이날 회의는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도 거론됐다. 빗썸이 과거에도 오지급 사고가 두 차례 있었다고 밝히면서, 당국의 사전 점검이 형식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거래소에서 발생한 오지급 사건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느냐"라고 지적하자, 이 원장은 "점검하겠지만 현행법에는 보고 의무가 없다"며 "현행법이 매우 허술한 점에 저 역시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현재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이 이용자보호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고 자율규제 체계로 운영돼 한계가 있다"며 "전자금융거래·지배구조·금융소비자보호법 수준의 내부통제 장치를 2단계 입법 과정에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영 부위원장도 "금융회사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내부통제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며 "사업자들이 기준을 실제 이행하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준비금 증명(PoR)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온체인 상 실제 보유 자산과 장부 수량을 실시간 대조·공개하는 체계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에서는 PoR 시스템을 통해 실제 보유 수량과 장부상 수량을 실시간으로 맞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FIU 최종 판단 사항이지만 현 상황을 감안해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금융위는 이번 사태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논의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일반 금융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이 마련돼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아무런 규율체계가 없어 공공성 측면에서 한번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빗썸) 사태와 소유 분산 추진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답했다.
chsn1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