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D-81…퇴로에도 다주택자 셈법 더 복잡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2월 17일, 오전 06:00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양도세 중과 시행까지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막힌 줄 알았던 매매의 길이 일부 트이자 다주택자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방인권 기자)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규제지역 내 세입자를 낀 매물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높은 세 부담을 감수하고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양도세 중과 보완책을 발표하면서 매도의 길이 열리자, 현장에서는 매도·증여·저가 양도 등 선택지가 늘어나며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주택자 매물 늘겠지만 자산 많을수록 증여 유리

17일 재정경제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예정대로 오는 5월 9일 종료하기로 확정했다. 대신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처분을 돕기 위해 매수인의 실거주 의무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퇴로’를 열어줬다. 기존 조정대상지역인 강남3구와 용산구는 5월 9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후 4개월 이내 양도하면 중과를 피할 수 있고, 신규 지정 조정대상지역은 6개월의 유예기간이 적용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팔고 싶어도 못 팔던 매물’을 시장에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최근 열흘 새 7%가량 늘었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급매물도 증가하는 추세다. 임차인에게 수천만 원의 이사비를 지급하며 다급하게 매물을 내놓던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보완책이 곧바로 ‘매도 일변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세무 전문가들은 여전히 “증여와 매도 중 무엇이 유리한지는 각자의 자산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예컨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가 10년 전 10억원에 매입한 주택을 20억원에 매도할 경우, 5월 9일 이전에는 중과가 적용되지 않아 양도세가 약 3억 2000만원대에 그친다. 유예 기간 내에서는 기본세율(6∼45%)로 과세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10년 20%)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주택을 자녀에게 단순 증여한다면, 자녀가 내야 할 증여세 6억140만원에 취득세 2억4800만원을 더해 총 8억5000만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주택을 양도해서 발생한 수익을 추후 자녀에게 상속이나 증여로 넘겨줘야 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위 사례의 다주택자가 중과 유예 기간인 5월 9일 이전에 1주택을 20억원에 매도하고 양도세(3억2891만원) 납부 후 남은 자금(약 16억7100만원)을 다시 자녀에게 사전 증여한다면 현금에 대한 증여세로 4억7400만원이 부과된다.

주택 매도로 납부한 양도세와 남은 자금에 대한 증여세를 합한 금액은 총 8억300만원. 자녀에게 단순 증여를 했을 때와 비교해 절세 금액이 4600만원으로 줄어든다.

5월 9일 이후 중과가 적용되면 오히려 ‘지금 증여가 낫다’는 판단도 가능해진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집을 팔아도 어차피 양도세를 내고 남은 차익을 추후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사전에 증여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경우 증여를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 양도세와 증여세 부담 차이만으로 유불리를 따지긴 어렵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자녀 간 저가 양도 늘어날 여지 높아

이 때문에 최근에는 부모·자녀 간 ‘저가 양도’ 상담도 늘고 있다. 급매 시세를 활용해 실거래가보다 일정 수준 낮게 거래하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매매 신고가액이 최근 3개월 내 거래된 실거래가보다 ‘30% 낮은 금액’과 ‘3억원’ 가운데 적은 금액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정상 거래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시세 및 실거래가 20억원 아파트를 자녀에게 양도할 경우 3억원, 또는 30%(6억원) 낮은 금액 가운데 적은 금액인 17억원으로 매매 신고를 할 수 있다.

다만 이때 양도세와 취득세는 시세 수준으로 내야 한다.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액이 3억원이 넘거나 시가의 5%(2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넘으면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에 따라 세금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간주해 매매 계약서상의 거래가가 아닌 시가(20억원)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가로 과세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받아 과세 자료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가 양도는 시세 하락기일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급매물이 급증하고, 실거래가 하락하면서 증여성 저가 양도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완책이 매물을 늘리는 촉매 역할은 하겠지만, 다주택자들의 선택을 단순화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한 세무 전문가는 “당장의 세금만 보면 매도가 유리해 보이지만, 자녀에게 언제·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이전할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보완책은 매도·증여·저가 양도라는 선택지를 모두 열어둔 만큼, 오히려 판단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