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사진=방인권 기자)
아파트 매물추이를 보면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의 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관련 글이 공개된 이후 5만6219호였던 매매 매물은 약 한 달 만인 2월 20일 기준 6만5416호로 약 16.3% 급증했다. 하지만 이러한 매물 증가는 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한 패닉셀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오히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체계와 실거주 의무라는 퇴로 차단 정책이 맞물리며 발생한 재고 축적이다.
아실 온라인집계 매매 매물건수 (그래픽=도시와경제)
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고강도 대출 규제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고 싶어도 유동성이 막힌 수요자와, 손해 보고 팔 수 없는 공급자가 대치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매물 증가는 수급 균형에 따른 정상적 매각 과정이 아니라, 강력한 대출 규제와 세제 압박이 맞물려 발생한 재고의 병목 현상으로, 시장의 하방 경직성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매매 시장이 규제에 묶여 정체된 사이, 실제적인 주거 위기는 임대차 시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매매 매물과 임대차 매물 간의 극단적인 디커플링 현상은 향후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다. 매매 매물이 16% 이상 증가하는 동안, 매매 매물 증가와 대조적으로 전월세 물량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실 온라인집계 매매 매물건수 (그래픽=도시와경제)
축소된 임대차 시장은 전세가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월세 전환 가속화와 월세 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수요자들이 선호에 의해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를 구할 수 없어 월세로 밀려나는 비자발적 하향 이동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와 대출 규제는 중산층의 매수 심리를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주거 수요 자체를 소멸시키지는 못했다. 매매 시장에서 이탈한 수요는 고스란히 임대차 시장으로 유입되며 임대료 상승의 강력한 도화선이 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은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에 미치는 영향이다. 임대차 시장의 매물 부족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은 전세가율을 끌어올리며, 결과적으로 매매 가격의 하방 지지선을 더욱 공고히 구축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될 수 있다. 정부의 규제가 매매 수요를 억제하여 집값을 잡으려 했으나, 오히려 임대차 시장을 과열시켜 집값이 떨어지지 못하게 하단을 견고하게 지지하는 구조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6만 5000건이라는 매매 매물 수치는 시장 하락의 전조가 아니라, 규제로 인해 퇴로가 막힌 시장 참여자들의 교착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2만 건 아래로 급감한 전세 매물은 서민 주거 비용의 상승을 예고하는 실질적인 위기 지표다.
진정한 의미의 매물은 단순한 재고 숫자가 아니라 시장에서 원활하게 순환되는 유통량에 달려 있다.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화가 지속되는 한, 소유와 임대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임대차 시장에 누적된 수급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매매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 표면적 지표는 일시적인 안도감을 줄지 모른다. 하지만, 시장 기저에 임대차 불안이 향후 어떠한 형태로 변동성을 촉발할지에 대한 거시적 통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도시와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