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자문위원단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TF 디지털자산입법안에 대한 자문위원 의견을 듣기 위해 열린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TF 위원 및 자문단 회의에서 이정문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6.2.24 © 뉴스1 유승관 기자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당정 간 이견으로 지연되며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표권 출원과 인력 확보까지 마쳤지만, 제도 공백 탓에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없는 상황이다. 일부 기업들은 국내 대신 해외에서 먼저 사업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1년 8개월째 입법 공백…준비 마친 업계, 사업은 '대기'
3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이달 초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절충안의 윤곽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TF는 설 연휴 이전 법안 발의를 목표로 했지만 일정이 미뤄졌다. 이후 한정애 정책위원장이 지난달 말 발의를 언급했으나, 이 역시 연기됐다. 핵심 쟁점인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15~20% 제한'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은행 지분 50%+1주' 방안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린 탓이다.
TF와 업계는 해당 방안이 산업 혁신을 제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 지도부와 금융위원회는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은 가상자산 발행·공시·시장 규율 체계를 담은 '산업의 설계도' 성격의 법안이다. 지난 2024년 7월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후속 입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1년 8개월째 논의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열풍이 불며 발행 요건과 준비금 관리 기준 등 관련 규정을 2단계 법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당정 간 엇박자가 이어지며 입법 일정이 계속 미뤄지자 업계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사와 카드사, 핀테크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송금 시장이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브랜드부터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금융권은 컨소시엄 구성과 인력 확보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BNK금융지주, iM뱅크, SC제일은행 등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대비한 TF를 가동했고, 미래에셋증권은 블록체인 관련 인력 채용을 진행했다.
핀테크·가상자산 기업들도 자체 기술력 확보와 협업 모색에 나섰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의결하며, 업계에선 결제·플랫폼 역량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스테이블코인 사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두나무는 자체 블록체인 '기와체인'과 지갑 서비스 '기와월렛'을 공개하며 인프라도 정비했다.
다만 당시 상표권을 출원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아직 내부에서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라며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 사업 전략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은 인력 채용·사업 확장…한국은 '실증 단계'
반면 해외는 이미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 경쟁이 한창이다. 블랙록은 지난해 12월 스테이블코인 사업 확장을 위해 실무급부터 임원급까지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섰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채용 즉시 사업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는 평가다.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사업을 가시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기업과 협력해 연구·실증을 진행하거나 외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구축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기업 비피엠지는 인공지능(AI)·블록체인 기술 기업 에이든랩스와 태국 바트 및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다. 태국 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 투자 토큰 'G토큰'과의 연계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명확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해외에서라도 먼저 시도를 해보려는 분위기"라며 "법안 통과가 지연되며 사업들이 컨소시엄 구성이나 내부 검토, 개념검증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유통과 사업이 진행되는 해외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시가 급한 상황인 만큼, 입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hsn1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