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틀 폭락한 코스피가 급반등해 단숨에 5580대를 회복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것은 중동 사태의 협상 가능성이었다. 외신은 이란이 제3국을 통해 미국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며 분쟁 종식 조건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위험 회피 심리가 빠르게 누그러졌고, 국제유가 상승세도 주춤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4달러대에서 거래되며 상승 폭이 제한됐다.
안전자산 선호가 완화되면서 달러 강세도 한풀 꺾였다. 달러인덱스는 전날 100선에 근접했다가 98선 후반대로 내려왔다. 국내 증시도 반등했다. 코스피는 10% 가까이 급등하며 전날 급락분을 대부분 만회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며 원화 강세를 지지했다.
다만 이란 측이 관련 보도를 부인하면서 중동 정세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날 환율 하락에 대해 중동 긴장 완화에 따른 공포 심리 진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이제 최악의 고비를 지난 듯 반응하고 있다”며 “전쟁은 진행 중이고 긴장 완화를 시사하는 증거도 아직 없지만 시장의 시선은 벌써 출구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상황은 모른다”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75달러 수준에 머물 경우 환율은 1470원 정도가 적정 레벨로 보인다”며 “불안감은 남아 있지만 초기의 공포 심리는 상당 부분 지나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정세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사태가 끝나려면 이란의 차기 정부 수립 이후 미국과의 핵 협상까지 진행돼야 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며 “유가가 85달러를 넘으면 환율이 1490~1500원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가 110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이 되면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결국 환율 방향은 전쟁 지속 기간과 국제유가 수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당분간 환율을 높은 수준에 머무르게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중동 무력 충돌 이후 환율은 약 90일 정도 쉽게 레벨을 낮추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환율은 한동안 높은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격화 시 환율 상단으로 1525원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1500원을 크게 넘어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지도부를 잃은 데다 전력을 빠르게 소모하고 있어 전쟁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여력이 많지 않고, 미국도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확전을 피하고 이번 달 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원화 약세 압력도 점차 되돌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