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수익성 없으면 NO"…군포·광명 이어 서울 핵심지 확산우려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3월 09일, 오전 05:34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깃발만 꽂으면 돈 된다’던 수도권 정비사업지에서 건설사들이 잇따라 손을 떼거나 진입 자체를 꺼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정비사업 공사 현장(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공사비 급등이 한 차례 더 예고된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만 골라 참여하는 ‘선별 수주’ 기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뿐만 아니라 과거 시공권 확보 경쟁이 치열했던 서울 곳곳과 핵심지에서조차 유찰 사례가 나오면서 민간 정비사업 시장의 온기가 빠르게 식고 있단 평가다.

◇ 수도권 정비사업, ‘시공사 찾기’ 어렵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군포시 금정4구역 재개발 사업이 시공사를 찾지 못해 표류하게 됐다. 사업시행자인 대한토지신탁은 지난달 2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으나,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인근 금정2구역 재개발 사업이 무응찰로 유찰된 데 이어, 군포 일대 정비사업장이 연달아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군포 내에서도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던 산본신도시 선도지구 단지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선도지구 지정 이후에도 건설사들은 공사비와 분양성 등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현장설명회 이후 실제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 사례가 지난해 말까지 반복되고 있다.

군포보다 입지 여건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던 광명도 비슷한 상황이다. 광명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 ‘준서울’로 불리며 부동산 호황기에는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청약 흥행을 이어가던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광명의 한 재건축 사업장은 현장설명회에 다수의 대형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본 입찰에서는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으며 유찰됐다.

수도권 지역 내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광명에서 조차 유찰 사태가 반복되면서 안양과 부평 일대 정비사업장들은 평당 공사비가 400~500만원대에서 시작을 했는데 최근에는 공사비를 800만원대 중반까지 파격적으로 인상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건설사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며 “미분양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경기권 수주는 당분간 ‘올스톱’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건축 심의를 마치고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업장 74곳 가운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8곳에 불과하다. 착공에 들어간 곳은 △성동구 미성주택 △제기동 공성아파트 △중랑구 신일빌라 △노원구 대명아파트 △마포구 기린동산빌라 △마포구 우석연립 △구로구 우성타운 △송파구 가락현대5차 등이다.

소규모 재건축은 200가구 미만, 대지면적 1만㎡ 미만 노후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절차가 비교적 간소해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 조달 환경 악화와 공사비 상승 부담이 겹치면서 실제 착공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크게 줄어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한강변 주요 사업지의 경우 공사비가 평당 1000만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했음에도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성 검토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진행한 성수1지구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의 경쟁 구도를 예상했으나 GS건설만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하며 향후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 이젠 출혈 경쟁 없다…선별 수주, 강남권으로 번지나

과거에는 랜드마크 확보 차원에서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뛰어들었지만, 이제 건설사들은 ‘한강벨트’ 입지의 사업지여도 조합 내 갈등이나 인허가 지연 등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가차 없이 발을 빼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별 수주 분위기가 서울 최대 핵심지인 강남권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용적률 상향 등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민간이 아닌 공공 정비사업 위주로 설계되면서, 자체적으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민간 사업장들이 공사비 급등의 직격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늘어난 공사비가 고스란히 조합원 분담금 갈등으로 이어져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왕십리 등 주요 지역 재개발 현장에서도 추가 분담금이 7억~8억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조합원들의 부담이 임계치에 달했다”며 “강남권 역시 ‘명품 아파트’를 짓고 싶어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급등한 공사비 탓에 조감도와 달리 마감재 품질을 낮추거나 설계를 단순화하는 ‘상자각’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민간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공공재개발·재건축에 대해서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일반 분양가를 낮추면, 그 손실분만큼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거나 아파트 품질을 낮춰야 하는 딜레마가 생긴다”며 “결국 수익성과 품질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공공 정비사업도 강남을 포함한 핵심지에서조차 유찰과 공급 지연 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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