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가구 단지 전세 '0'...노도강 전세 매물, 왜 씨말랐나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3월 12일, 오후 07:2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전세 매물은 나오는 족족 나가고 있다. 전세를 구하는 사람은 계속 전세를 찾는다. 전세 매물이 거의 없어서 전세 보증금도 오르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9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이 없는 상황은 꽤 됐다”며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유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전세 매물이 급감했다.

이들 지역은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이 비싸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수요가 워낙 많았던 곳인데 작년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에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시행되면서 갭투자가 금지되자 전세 공급 물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이곳에 전세로 진입하려는 실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에 전세 매물 품귀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단지(사진=이데일리DB)


◇ 노원구 전세 매물 1년 전 대비 5분의 1 수준


12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전세 매물은 이날 현재 295건으로 석 달 전(697건) 대비 58% 가량 감소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노원구는 1년 전만 해도 전세 매물이 1339건이었는데 약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도봉구와 강북구도 각각 149건, 61건으로 56%씩 감소하며 노원구 다음으로 가장 많이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아파트 단지별로 보더라도 심각하다.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 아파트는 가구 수가 3003가구에 달하는 데 전세로 출회된 매물은 0건이었다. 상계동 상계주공 11단지 역시 1944가구로 대단지이지만 전세 매물은 역시 0건으로 전멸한 상황이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 시티 아파트는 3830가구인데 전세 매물이 단 1건 출회돼 있다.

월계동 미륭·미성·삼호 아파트 인근 중개사는 “재건축을 바라보고 세를 끼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작년 토허제 이후 이 부분이 안 되니까 전세 매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갭투자는 아파트 한 채가 거래되면 전세 매물도 하나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나 토허제가 적용되면 이 같은 구조는 작동하기 어렵다. 주택 매수 후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집주인이 해당 주택에 직접 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 전세 보증금 올라간다…매도 호가도 안 떨어져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한지라 전세 보증금도 상승하는 추세다. 상계 주공 4단지 75㎡ 아파트는 2월 11일 보증금 4억 2000만원으로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역대 최고 보증금이다. 전세 계약이 2년 마다 체결된다고 볼 때 2년 전인 2024년 4월께만 해도 보증금은 3억 5000만원이었는데 20%(7000만원) 오른 것이다. 상계주공 10단지 58㎡ 아파트는 이달 5일 3억 5000만원에 계약돼 역대 최고 보증금을 기록했다. 도봉구 창동 쌍용 84㎡ 아파트는 2월 24일 5억 8000만원에 거래돼 2년 전 2024년 3월 4억 5000만원보다 29%(1억 3000만원) 넘게 올랐다.

전세 계약 거래 자체도 20% 가량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임대차 신고가 완료된 올해 1월 노도강의 전세 계약 건수는 1402건으로 2년 전인 2024년 1월(1744건) 대비 19.6% 감소했다. 전세 계약 중 갱신 비중도 이 기간 31.4%에서 48.1%도 급증했다. 전세 매물이 귀해졌기 때문에 기존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매매 매물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노원구 매매 매물은 이날 5897건으로 석 달 전(4945건) 대비 19.2% 증가했다. 도봉구와 강북구는 각각 2425건, 1292건으로 10.5%, 2.7% 늘어났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매매 매물이 늘어나고 전세 매물이 줄어든다는 것은 매매 시장에서 가격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고 전월세 시장은 수요가 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약해진 매수 심리가 서울 외곽으로도 번질 것으로 보이지만, 실수요가 유지된다면 가격 조정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들 지역은 매매 가격 자체가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강남권과 달리 급매물도 없고 전월세 매물도 없어서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월계동 그랑빌 59㎡ 아파트는 지난 달 19일 9억 5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현재 10억 5000만원까지 매도 호가가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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