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에 금 15t 판 러시아…전쟁에도 힘 못쓰는 금값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3월 25일, 오후 02:59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우크라이나와 4년째 전쟁을 하며 재정난에 처한 러시아가 금을 팔아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다른 국가 중앙은행들도 금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통상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가격이 오르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의 위상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독일 귀금속 거래소의 100g짜리 골드바. (사진=AFP)
24일(현지시간)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1∼2월 약 15톤(t)의 금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최대 규모다.

15t은 48.2만 온스, 즉 400만돈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루 1000t이상 거래되는 국제 금 시장 시세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중앙은행이 매각했다는 점에서 금 시세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러시아의 금 보유량은 7430만온스로 줄어들어 2022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금 거래는 과거 재무부와 중앙은행 간 내부 거래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공개 시장에서 실제 매각이 이뤄지고 있다. 서방이 약 3000억달러(약 450조원)에 달하는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동결한 상황에서 마지막 유동화 수단으로 금을 택한 것이다. 이번 금 매도는 국부펀드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재정 공백을 일부 보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및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4386달러로 한 달 새 17% 이상 급락했다. 폴란드와 튀르키예 중앙은행도 자국 통화 방어와 재정 확보 등을 이유로 금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금값이 하락한 것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라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고금리가 장기화할 전망을 보이는데다 단기간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커 조정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금 가격은 지난 한 해 65% 급등해 과열 양상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금 가격은 신흥 시장 주식 수익률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는데 이는 안전자산이라는 개념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라며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달러 강세, 금 약세라는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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