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공사장에서 관계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업계에 따르면 도로 공사에 필수적인 아스콘(아스팔트콘크리트)의 경우 지난 1월 ㎏당 650~700원 수준에서 최근 ㎏당 1150~1250원으로 약 2배 가량 올랐다. 페인트 가격도 오르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주요 제품을 10% 안팎으로, 신나의 경우 약 45% 인상했다. SP 삼화는 방수·바닥재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20% 가량 올렸다. 레미콘의 경우 업계에서 ㎥당 5600원(5.9%) 인상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자재 가격 상승보다 수급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원유와 관련한 자재가 수급되지 않을 경우 공사가 멈추고 이에 따른 금융 비용이 증가할 경우 시공사와 발주처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페인트·단열재·접착제·방수재·마감재·PVC 관련 제품 등이 수급이 안되면 공사 자체가 멈출 수 있다고 건설 현장에 경고하고 있다. 현재 남은 재고로 생산할 수 있는 자재는 약 3~4주 분량이다.
건설자재 조사업체 관계자는 “나프타 재고가 끊기기 전까지 잘 들어오면 문제가 없겠지만 4월 말, 5월 초가 되면 남은 재고가 다 떨어지며 공사 자체가 멈출 가능성이 크다”며 “시멘트나 철근 같은 주재료가 있어도 접착제나 마감제와 같은 흔히 말하는 ‘잡자재’가 없어 공사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자재 업체들이 공사 차질을 우려해 나프타 물량을 미리 선점하려다보니 공급이 일시적으로 지연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혼화제 업체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물량 이상으로 사두려는 심리적 요인이 강해지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천의 한 아파트는 입주를 당초 7월 초중순에서 7월 하순으로 미뤘다.
◇“안 그래도 어려운데”…공사비 분쟁 피할 수 없을 듯
공사가 중단된다면 공기 지연에 따른 부담은 시공사와 발주처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발주처의 경우 금융 비용이 늘어나며 조합원들 분담금 부담이 커진다. 건설사 역시 금융 비용과 유휴 노무·장비비, 간접비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경우 공사비 문제로 2022년 4월부터 약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는데 공사비는 기존 3조 2292억원에서 1조 1394억원이 늘어난 4조 3677억원이 됐다. 기존 증액하려 했던 56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공사비 상승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서울 신출 아파트 분양가는 국민평형(전용 84㎡ ) 기준으로 25억~28억원대가 됐는데 더 높아질수 있다는 얘기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대학원 교수는 “고환율 속 자재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분양가는 더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이들은 결국 서울 외곽 소형 평수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자재 수급 관련한 비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건설사들이 지금과 같은 변동성을 버틸 ‘기초체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매출원가율(매출에서 원가로 쓴 비율)은 91.5%에 달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사 폐업이 많았던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파급효과가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건설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이란 전쟁이라는 악재를 버틸 능력이 없는 지방 중소 건설사들부터 쓰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공사비 자체는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건설기술원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전인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문제와 원자재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됐음에도 자재 가격 상승이 계약에 그대로 반영되는 등 가격 하방 경직성을 보이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60% 오를 경우 건설 생산비용 상승률은 1.27%에 달한다.
이로 인해 추후 건설현장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진행중인 공사는 발주자와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으로 발전될 여지가 있고 공사가 지연 및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공사는 불가항력인 사태로 인정받아 공사비를 올리겠다는 주장을, 발주처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