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LH 등 지방 미분양 매입에도 악성 미분양 더 늘어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전국 악성(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3만 1307가구로 2012년 3월(3만 1452가구) 이후 처음으로 3만 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은 2만 7015가구로 2011년 7월(2만 8181가구) 이후 14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정부가 작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동원해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있지만 지방 미분양 주택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LH는 작년 3월과 9월에 각각 1, 2차 공고를 통해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총 1953가구를 매입했다. 당초 3000가구 매입을 목표로 했으나 목표치에 미달했다. 올해는 준공을 3개월 앞둔 미분양 주택까지 매입을 확대, 총 5000가구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허그도 작년 10월부터 ‘환매조건부’ 방식으로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분양대금의 50%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한 후 해당 건설사가 준공 후 1년 내에 해당 주택을 재매입하는 방식의 정책을 채택했지만 저조한 수준이다.
LH 등이 매입 조건을 완화하면서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지방 미분양 주택은 외려 늘어났다. 지방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은 2024년말 5만 3176가구에서 2025년말 5만 627가구, 올 2월말 4만 8379가구로 줄어들었지만 악성 미분양은 증가했다.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은 같은 기간 1만 7229가구에서 2만 4398가구, 2만 7015가구로 늘어났다.
이는 분양 단계에선 계약이 이뤄지더라도 잔금 납부와 입주 단계에서 수요가 이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겉으로는 미분양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요 부족이 ‘준공 후 미분양’ 증가로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구는 악성 미분양 주택이 4296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1년새 1229가구나 급증했다. 충남은 1년새 미분양 주택이 1417가구 급증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늘어났다. 경남과 전북도 각각 1170가구, 1074가구 늘어나 1000가구 넘게 증가한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에 건설사들도 할인 분양 등 자구책을 강화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작년 입주가 완료된 광주 월산동 더퍼스트 데시앙을 1억 3000만원 가량 할인 분양하고 있다. 2023년 최초 분양가는 4억 3000만~6억 1000만원이었는데 3억~5억원대로 낮아졌다. 대우건설도 2024년 입주한 대구 내당동 반고개역푸르지오를 1억원 이상 할인에 분양하고 있다.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할인 분양에 나선데다 정부가 전국 미분양 주택이 16만 가구에 이르렀던 2008년에 실시했던 LH 등의 미분양 주택 매입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음에도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것은 한쪽에선 다주택자 대출 및 양도소득세 등 규제 강화 등을 펴면서 정책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선 수요 기반을 확대해야 하지만, 다주택자 규제 강화는 오히려 지방 주택 매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물은 늘고 거래는 안 되고 청약도 툭하면 미달
이에 따라 지방에선 매물 증가에도 거래가 줄어들면서 매물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실에 따르면 3월 지방 아파트 매물 평균 가구 수는 31만 5223가구로 작년 12월 평균(30만 3267가구) 대비 1만 1956가구(3.9%) 증가했다. 매물이 증가함과 동시에 거래도 저조한 편이다. 지방은 2월 주택 거래량이 2만 8326건으로 작년 12월 3만 3845건을 기록한 후 2개월 연속 감소, 총 5519건이 줄어들었다. 지방 매수 심리도 약해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월 지방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9.6으로 작년 8월(107.3)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올해 들어 지방 민영 아파트 청약도 미달되는 사례가 많았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 들어 20곳이 분양했는데 14곳이 미달로 조사됐다. 대전 해링턴플에이스 오룡역은 일반 청약 411가구 모집에 116명만 청약했고, 부산 에코델타시티 엘가 로제비앙은 991가구 모집에 76명만 청약했다. 제주 리첸시아 표선 IB EDU는 50가구 모집에 아무도 청약을 하지 않았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아파트 사기 어려워서 지방 아파트라도 투자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있다”며 “소비 심리 자체가 바닥인 데다 다주택자 규제까지 겹치고 있다. 거래가 안 이뤄지는 시장에서 과연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