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이 챙긴 수수료 혜택만 107억…가상자산 '고래 투자자' 누구길래

재테크

뉴스1,

2026년 4월 21일, 오전 11:32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6.4.15 © 뉴스1 박정호 기자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두 달간 107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 혜택을 받은 개인 투자자가 등장했다.

거래 규모로 환산하면 약 5조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법인 거래가 제한된 국내 상황에서 사실상 기관급 거래를 일으킨 '고래' 투자자들의 정체에 이목이 쏠린다.

수수료 할인 '107억' 챙긴 개인투자자…거래량 환산 시 '기관급' 규모
21일 빗썸의 '재산상 이익제공 내역 공시'에 따르면 한 투자자 J 씨는 지난 2월부터 3월 31일까지 약 두 달간 총 107억 6700만 원의 수수료 혜택을 받았다. 같은 기간 빗썸 이용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 중 대부분은 '수수료 쿠폰·혜택' 항목에서 발생했다. J 씨는 수수료 쿠폰 등을 통해 107억 1000만 원의 거래 수수료를 할인받았다.

현재 빗썸은 원화 마켓 거래 수수료를 기존 0.25%에서 0.04%로 0.21%포인트(p) 낮춰주는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수수료 혜택은 (사례별로) 확인이 필요하지만, 현재 지급하는 할인 쿠폰은 0.04%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 씨가 해당 쿠폰을 적용했다고 가정하면, 약 5조 원(약 34억 달러) 수준의 거래가 이뤄져야 107억 원의 수수료 혜택이 발생한다. 여기에 쿠폰 적용 시 비트코인(BTC) 마켓에선 수수료가 무료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량은 더 클 수도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탈중앙화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의 지난 1월 거래량(약 30억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명의 투자자가 2개월 동안 글로벌 플랫폼의 월간 거래량 수준의 규모를 만들어낸 셈이다.

'큰손'은 J 씨 한 명이 아니다.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많은 혜택을 받은 A 씨 역시 수수료 할인 등을 포함해 총 105억 6969만 원의 혜택을 받았다. 빗썸에서만 100억원이 넘는 혜택을 입은 고래 투자자가 나온 셈이다. 이 외에도 18명의 이용자가 두 달 동안 1억 원 이상의 혜택을 가져갔다.

다른 거래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비트에선 투자자 B 씨가 약 1년 2개월 동안 총 66억 원의 혜택을 받았다. 월 5억원 규모다. 코인원에서는 약 4년간 1163억 원의 혜택을 누린 사례도 있다. 연간 290억원, 월간 24억원 수준이다.

수백억 깎아줘도 남는 장사…'고래' 확보 위해 회원 등급제로 차등 보상
주목할 점은 이들이 기관이 아닌 '개인'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와 비영리 법인의 매도 거래가 허용됐지만, 상장 법인 등의 본격적인 가상자산 거래는 여전히 제한된 상황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선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투자자를 '고래'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기관이나 대형 투자자를 의미하지만, 이번처럼 일부 개인 투자자가 기관급 거래량을 만들어내는 사례가 입증됐다.

거래소들이 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J 씨가 약 5조 원을 거래했다고 가정할 경우, 빗썸은 약 107억 원의 수수료를 할인해 주고 0.04% 수수료율을 적용해 약 20억 원의 수익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가 기존 수수료율(0.25%)로 동일한 수익을 만들어내려면 약 1조 원을 거래해야 한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대규모 할인을 제공하더라도 소수의 고래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 더 효율적인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빗썸은 회원 등급제를 운영하며 차등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최상위 '블랙 등급'은 한 달 거래 금액이 1000억 원 이상이어야 하며, 이를 충족할 경우 거래 포인트와 보상이 제공된다.

코인원 역시 지난해 하반기 최상위 고객 프로그램 'THE VIP CLUB'을 출시했다. 거래대금이 많을수록 높은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로, 타 거래소 포함 30억 원 이상의 거래 이력이 있는 고객에게 사전 신청 자격을 부여했다.

업계에선 이번 할인 혜택을 받은 투자자들이 전문 트레이딩 전략을 활용하는 투자자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타 매매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거래량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거래를 만들기 위해선 일반 개인 투자자 수준을 넘어선 역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가 단기간에 이 정도 유동성을 만들어냈다면 사실상 전문적으로 트레이딩을 하는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들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마련한 '가상자산사업자의 광고·홍보 행위 모범규준'에 따라, 최근 5개 사업연도 내 10억 원을 초과한 재산상 이익을 특정 이용자에게 제공하면 이를 공시해야 한다.

이번 공시는 해당 규준이 지난 2월 1일부터 적용되면서 처음으로 이뤄졌다. 다만 거래소별로 공시 기간이 제각각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업비트는 지난 2024년 8월부터의 내역을 공개했고, 코인원은 2022년부터의 데이터를 포함했다. 반면 빗썸은 규정 시행일인 지난 2월 1일 이후 내역만 공개했다.

chsn12@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