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미국·이란 협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한때 7만 5000달러 선을 넘어선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6.4.15 © 뉴스1 박정호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제재에 불복해 신청한 집행정지 심문이 23일 진행된 가운데,이달 초 두나무(업비트 운영사)가 같은 FIU 제재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한 직후 열린 유사 소송이라는 점에서 법조계와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최대 관심사는 업비트 승소 논리가 빗썸에도 이어질 수 있느냐다. 현재 FIU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를 막기 위해 취한 조치가 '사업자마다' 다른 점을 들어 빗썸의 법 위반 정도가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빗썸은 두나무 승소의 근거가 된 '100만원 미만 거래 규정 미비' 외에도 새로운 카드들을 꺼냈다.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영업정지 처분까지 예상하기 어려웠고, 다른 거래소와 비교해 제재 수위도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향후 법인 투자 시장이 열릴 경우 신규 가입자 입·출금을 막는 이번 제재가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신고 사업자와 거래하면 바로 영업정지?…예측하기 어렵다"
23일 빗썸이 FIU의 영업일부정지 6개월 처분에 불복해 신청한 집행정지 심문에서 빗썸 측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두나무 소송에서 언급된 것과 다른 근거들을 들어 FIU 처분이 과도했음을 호소했다.
지난해 3월 열린 두나무 집행정지 심문이 비공개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이날 심문은 업계와 취재진의 높은 관심 속에 공개로 진행됐다.
우선 빗썸 측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상 영업정지 요건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자금세탁방지 조치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려면 그 판단 기준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FIU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를 곧바로 고의·중과실로 간주한다는 주장이다.
규범 대상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미신고 사업자와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업정지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더했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빗썸 측은 이를 구체적으로 본안소송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에는 극내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사업자와 영업 목적으로 거래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다. 빗썸 측은 "빗썸에서 미신고 거래소로 자산이 이동된 것은 단순히 빗썸 고객이 이용하는 해외 지갑 주소로 자산을 이전해준 것일뿐, 영업 목적으로 거래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영업일부정지가 신규 가입자의 가상자산 입·출금만을 제한하는 내용이더라도, 법인 시장이 열리면 이 제재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호소했다. 법인 시장이 열리면 법인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새로 가입하게 될텐데, 입·출금이 막히면 빗썸에 가입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입장에서 법인은 거래 규모가 큰 주요 고객이다.
이에 재판부는 FIU 측에 법인 투자 허용 시 영업일부정지 처분이 미칠 영향에 대한 자료를 이달 29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FIU "사업자마다 취한 조치 달라…본안소송서 다툴 것"
이달 9일 1심 결론이 난 두나무·FIU 행정소송에서 나온 주요 근거들도 이날 심문에서 일부 언급됐다.
두나무 소송에서 재판부는100만 원 미만 거래에 대한 규정이 미비했음을 인정함과 동시에, 두나무가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나름의 조치'를 했던 점을 판결 근거로 들었다.
100만 원 미만 소액 거래에 대한 규정 자체가 미비했다는 재판부 판단은 빗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두나무와 빗썸 모두 문제가 된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대부분이 '트래블룰'의 적용을 받지 않는 100만 원 미만 소액 거래였다.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를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한 것이지, 두나무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던 만큼 빗썸 역시고의·중과실이 없었음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나름의 조치' 여부는 변수다.두나무는 블록체인 보안 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솔루션을 활용해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를 차단해왔다.빗썸 역시 체이널리시스의 솔루션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빗썸이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두나무 만큼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빗썸 측은 "100만원 미만 가상자산 거래도 시스템 개발 전까지는 이용자로부터 일일이 확약서를 받는 등 수작업으로 차단 조치를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FIU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동인 측은"여러 사업자들이 제재를 받았지만 사업자마다 (거래 제한 의무를 지키기 위해) 시행한 조치가 다르다"며 "이 부분은 본안소송에서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다툴 수 있다. 신청인(빗썸)의 조치가 규범적인 수준에서 합당한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집행정지가 인용될 경우 본안소송에선 미신고 사업자 거래와 관련한 특금법 시행령 내용과, 빗썸이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를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집행정지 인용 여부는 오는 30일 결정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나무 소송에 이어 빗썸 소송까지 이어지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특금법 위반에 대한 구체적 기준, 특히 어디까지가 영업정지에 해당하는지가 좀 더 구체화될 것"이라며 "현재는 거래소들이 줄줄이 소송을 걸다 보니 (영업일부정지 처분이) FIU의 자의적 판단이라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