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리츠 '유동성 위기'에 초과 배당 '최소 재무요건' 생기나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5월 12일, 오후 02:29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상장 리츠 역사상 처음으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리츠의 자금 조달·운영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적 특성상 언제든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리츠들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배당 성향과 초과 배당을 지속해온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리츠의 유동성 대응 장치와 재무 안정성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리츠 정책이 배당 확대와 투자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안정성 보완에도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보유하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돈 없어도 ‘초과 배당’, 기준이 없다

제이알리츠는 지난달 27일 만기가 도래한 400억원 규모 단기사채를 갚지 못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제이알리츠가 투자한 벨기에 파이낸스 타워 콤플렉스의 자산 가치가 17% 이상 하락하면서 부동산담보인정비율(LTV)이 61%까지 상승, 해외 대주단과 맺은 약정 기준인 52.5%를 초과했다. 이에 따라 재무약정 위반이 발생하며 리츠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동결됐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단기사채 만기가 도래, 결국 채무 상환에 실패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외 부동산 가격 하락, 높은 환헤지 비용, 엄격한 재무약정 구조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단기 차입에 의존하면서도 임대 수익 대부분을 배당하는 국내 리츠 구조 자체가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내 리츠들은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감가상각비까지 활용한 초과 배당도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현행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르면 리츠는 해당 연도 감가상각비의 100% 범위 내에서 초과 배당을 할 수 있다. 감가상각비는 회계상 비용이지만 실제 현금 유출은 발생하지 않는 만큼 이를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제이알리츠 역시 회생절차 신청 두 달 전 현금배당 계획을 공시했고, 지난해에도 초과 배당을 실시했다.

이처럼 높은 배당 성향이 유지되면서 국내 상장리츠의 배당수익률은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상장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약 7.5%로 미국(4.5%), 일본(3.5%), 호주(3.9%)보다 높다. 국내 리츠는 높은 차입과 고배당 구조를 동시에 유지하면서 유동성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재무요건 충족시 초과 배당 허용해야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재무 건전성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초과 배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초과 배당을 제한하는 별도 재무 기준이 없는 상태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금융2실 실장은 “초과 배당은 차입금 의존도나 EBITDA(세금·이자·감가상각 등을 빼기 전 현금성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 부담 능력 등 일정 수준의 재무지표를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 매각 차익 역시 차입금 상환이나 신규 투자 재원 등 재무구조 보완에 활용돼야 하는데 현재는 배당가능이익으로 계산되면서 외부 차입이나 유상증자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배당 유보를 보다 유연하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기 채무 상환이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배당을 줄이거나 유보하더라도 일정 기간 내 배당을 실시하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예외 규정이 없다보니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빚이 있는 데도 배당을 먼저하고, 해당 빚은 다른 곳에서 차입해 갚는 구조다.

리츠의 과도한 차입 구조 역시 개선 과제로 거론된다. 현행 부동산투자회사법상 리츠의 총부채비율 한도는 100%지만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면 최대 200%까지 확대할 수 있다. 공모 인프라펀드는 올해 초에야 총부채비율 한도가 기존 30%에서 100%로 확대됐는데, 이에 비해 리츠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리츠 총부채비율 한도를 50%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자보상비율도 1.5배 이상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채무 상환이나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전 실장은 “국내 리츠는 신규 자산 편입 과정에서도 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규 투자 시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 투입을 요구하는 등 재무 안정성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츠의 배당 중심 상품 특성은 유지하되 건전한 재무구조 범위 안에서 배당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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