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서울 주택 공급의 한 축으로 꼽히는 리모델링 사업이 재건축 사업과 달리 각종 규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리모델링을 현 재건축 수준으로 규제를 풀어 주택 공급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장은 지난달 말 기준 총 75개 단지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3월 기준 141개 사업장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점을 고려할 때 약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는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성과가 부족한 수준이다. 해당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4217개 단지 중 재건축 가능 단지는 878개,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가능 단지는 898개, 맞춤형 리모델링 가능 단지는 2198개다. 비율로 살펴보면 재건축 가능 단지 중 16.1%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지만 리모델링 가능 단지 중 단 2.4%만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 사업으로 증가할 수 있는 가구 수만 11만 6164가구에 달한다.
재건축 사업은 쉽게 말해 ‘철거 후 다시 짓는’ 사업이다. 리모델링은 건물 골조를 일부 유지하면서 수직·수평 증축 등을 통해 추가 가구 수를 확보하고 외관·주차장·커뮤니티 등을 증·개축하는 사업이다. 재건축은 준공 30년 이후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 이후 가능하다. 안전진단 등급 역시 재건축은 D~E등급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A~C등급이 가능하다. 리모델링 사업 기간은 7년으로 재건축 대비 절반 수준이며 임대주택 건설 의무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리모델링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지원이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재건축의 경우 신속통합기획으로 각종 심의 등을 통합하는 등 핵심 주택 공급 사업으로 추진 중이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여전히 개별 심의로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 통합심의는 교통영향평가, 건축·경관심의·환경·교육영향평가 등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경기도의 경우 리모델링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통합심의를 실시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개별 심의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서울시는 ‘사전 자문’을 통해 속도보다 통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게 리모델링업계의 주장이다. 가구 수 증가나 용적률 완화 등 도시계획적 영향이 큰 리모델링 사업을 건축심의 전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미리 검토하는 절차다. 시는 후속 심의의 혼선을 줄이고 공공성·기반시설 영향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려는 취지지만 조합들은 별도 심의 절차가 하나 더 생겨 사업 지연을 낳는 규제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사전자문제도로 인해 광진구의 A리모델링 사업은 20개월 가량 지연됐다.
게다가 타 지자체와 달리 서울시는 수평증축 리모델링 대해서도 2차 안전점검을 받도록 하고 있다. 수직증축의 경우 2차 안전점검이 법적 의무 사항이지만 수평증축은 1차 안전점검만 받아도 된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 사업으로 인한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안전은 지나쳐도 부족하지 않지만 사업 자체를 저해하니 문제”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재건축에 준하는 지원과 함께 각종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단적으로 재건축의 경우 서울시에서 180억원 규모의 정비사업 융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리모델링 조합은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해 시공사의 금융 지원에 의지해야 한다.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리모델링 역시 주택 공급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리모델링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금융 지원을 늘리고 사전자문 등 필요 없는 제도는 걷어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