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염원' 거래소 지분 규제 앞두고…하나은행, 두나무 먼저 담았다

재테크

뉴스1,

2026년 5월 18일, 오전 05:30

하나금융그룹이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을 통해 국내 최대 가상자산 인프라를 보유한 두나무에 대한 1조원 규모 지분을 취득하고,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계한 미래혁신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이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과 함께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5.15 © 뉴스1

하나은행이 국내 1위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에 조단위 투자를 결정하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거래소 업계는 물론, 정치권조차 반발하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물밑에서 거래소 지분 확보 가능성을 타진해왔는데 하나은행이 경쟁사보다 한발 먼저 움직인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던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 32억 원에 인수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하나은행은 단숨에 두나무 4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거래로 두나무 주주 구성에도 변화가 생긴다. 송치형 회장이 지분 25.52%로 최대주주, 김형년 부회장이 13.10%로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우리기술투자(7.20%)에 이어 하나은행이 새롭게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기존 3대 주주였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지분율은 10.58%에서 4.03%로 낮아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향후 거래소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거래소 공공성과 책임성 강화를 이유로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를 강행하고 있다.특정 개인이나 산업자본의 지배력을 낮추기 위해 개인은 20%, 법인은 34% 수준으로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규제가 현실화되면 창업자 및 기존 대주주들은 초과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결국 시장에 나오는 거래소 지분을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흡수하는 방향으로 판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거래소를 제도권 금융 시스템 안으로 편입하기로 한 만큼, 상대적으로 내부통제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가 확립된 은행권 중심의 지배구조를 선호하고 있다. 감독 체계가 명확한 금융회사의 참여를 늘려 거래소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거래소 지분 규제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규제 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이 거래소 지배 구조 규제를 밀어붙일수록 오히려 금융지주에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규제 이후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움직였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들이 향후 거래소 지분 경쟁에서 사실상 ‘꽃놀이패’를 쥘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선제적으로 핵심 플랫폼 지분 확보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KB국민·신한 등 경쟁 금융지주보다 먼저 국내 1위 거래소 지분을 확보하며 디지털 금융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상대적으로 비은행 부문 경쟁력이 약한 만큼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수탁, 지급결제, 토큰증권(STO) 등이 본격화될 경우 거래소와 은행 간 협력이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업비트에 하나인증서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공동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협력을 확대해왔다. 양사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프로세스 구축과 외국환 업무 신기술 도입, 하나머니 관련 서비스 고도화 등을 추진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거래소 지분 규제 도입 상황을 지켜보며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하나은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선제 대응에 나서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비싸게 샀다는 평가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경쟁 금융지주들이 업비트라는 대어를 영영 놓친 셈"이라고 말했다.

yellow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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