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빼고 토허제 풀어야 전·월세 안정된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5월 18일, 오후 05:12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최근 서울·경기 지역의 전·월세 매물 부족 등 주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강남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매매와 전세, 월세가 동시에 급등하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18일 서울시내의 한 공인중개사에 매물현황이 붙어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한국부동산원 기준 3.10% 상승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수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세와 월세 가격도 지난해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공급 대비 수요가 늘어나며 서울 아파트 시장 매매와 임대 가격 모두 상승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또 임대차 시장에서 수요자의 아파트 선호가 강해지고 공급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주거사다리정상화특별위원회 등의 주최로 열린 ‘이재명 정부 1년 부동산 정책 평가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현재 시장 상황은 문재인 정부 시즌2가 아니라 과거 진보 정부 정책 실패의 빨리보기 버전”이라며 “(초강력 대책으로) 진보 정부의 중기에 해당하는 시장 상황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초기에는 강남 집값이 오르다가 후반에는 강남이 안정되니 노원·도봉·강북·성북·중랑·동대문·성동·광진구 등 동북권이 오르고 전·월세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1년간 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매매 가격은 8.53% 올라 이 정부 직전 1년간 상승률(10.85%) 대비 둔화된 반면 강북·노원·도봉·성북구의 매매 가격은 2.30%에서 6.84% 더 크게 상승했다. 이들 지역의 전세와 월세 가격은 각각 1.09%, 2.39%에서 12.63%, 13.14% 급등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0.15대책이 나오기 직전에 부동산 시장 가격이 안정되고 있었는데 너무 갑자기 강한 규제(서울 전역·경기 12곳 토허제 및 조정대상구역·투기과열지구 지정)가 나오고 이에 대한 정책 효과도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적인 소셜미디어(SNS) 개입으로 시장을 통제하려고 하니 3월초에는 실거래가 지수가 하락하다가 다시 4월초 상승한 상황”이라며 “규제가 나올 때마다 전·월세가 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토허제를 풀어서 2년간 실거주 의무라도 없애도 전·월세 물량이 공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에서 세제 정책은 즉각적이고 정치적 상징성이 강하고 시장 신호 효과가 빠르다는 강점이 있지만 시장 구조를 바꾸는 정책이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행동을 바꾸는 정책이라 장기적으론 거래를 경직시키고 정책 피로감을 높이고 수도권 집중을 지속시킨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가 가격 안정인지, 주가 안정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 교수는 “정작 보호해야 할 무주택자 등 서민들의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주가 안정이 정책 목표라면 효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형석 미국 IAU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SNS 정치가 대책 간의 충돌을 만든다”며 “올해 1~2월에 주택을 판 사람들은 이사비까지 주고 팔아야 했다. 이달엔 대부분 시가로 판다. 정부 말을 들었다가 손해를 본 것이다. 정책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불안해지면 세금 매길 수 있다는 발상이 잘못

토론자로 참석한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집값이 불안해지면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발상이 잘못됐다”며 “미국은 집값이 두 배 뛰어도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올리지 않는다. 세금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와 보유로 나눠 거주하지 않을 경우 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20년간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집이 두 배 뛰었다면 그것은 연 3%가 넘는 금리 등을 고려하면 제자리 걸음한 것이고, 자본차익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제를 해주는 것인데 이것을 살지 않았다고 공제를 안 해주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왜 생겼는지를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나 학계에서 취득세 등 거래세를 폐지하고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하지만 취득세는 지방 재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애초에 축소하거나 폐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취득세, 지방소득세, 재산세는 지방재정의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거래세를 낮추면서 보유세를 높이자고 하지만 쉽지 않다”며 “재산세를 더 거둬서 취득세 폐지, 축소를 감내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을 조정하는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세제 체계가 다른 미국과 보유세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미국은 우리보다 보유세가 높다고 하지만, 일단 미국은 맨해튼 고가 아파트 빼고 취득세가 없다. 200억, 300억원 상당의 건물을 상속해도 상속세가 없다”며 “이러한 보조장치들이 있기 때문에 보유세를 높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보유세만 분류해 우리나라 보유세가 미국보다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다.

주택 정책을 펼 때 각 지역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에 살고 있는 다주택자는 37만 2000명(2024년)으로 87만 6000가구를 보유하고 있는데 서울에 보유한 주택이 61만 6000가구이다. 서울 보유 주택 중 비아파트 비중이 54%”라며 “서울 다주택자 규제시 지방 소재 주택, 수도권 비규제 지역 주택, 비아파트 부터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자가율이 43.9%로 낮고 임차가구가 222만 9000가구로 공공임대(39만 3000가구)로는 감당이 안 돼 다주택자가 공급하는 임차주택(142만 1000가구)에 살고 있는 가구가 많은 지역엔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전·월세 등 임대 주택 공급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이런 상황에서 무 자르듯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전·월세 불안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주택 공급 정책을 토지 설계부터 다시 뜯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상가공실이 넘쳐 주거 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데다 지자체 조례로 상업지역 내 주거용 연면적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어 신축을 하면서도 상가공실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거 용지 확보를 위한 토지이용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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