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끝나도 공사비 전쟁은 계속”…떨어지지 않는 공사비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후 07:22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이 끝나더라도 공사비 자체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사비 특성상 가격 하방경직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과 관련 없는 자재까지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종전 이후 건설자재 가격 안정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시내의 한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3월 크게 오른 자재값…“종전해도 안 떨어진다”

20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4.42로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로 나타났다. 3월 공사비지수는 지난 2월 대비 0.49% 올라 지난 1월 상승률(0.18%)을 크게 상회했다. 전년 동월로 비교하면 2.52% 올랐다. 전쟁이 지난 2월 말 발생한 것을 고려할 때 현재 공사비는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쟁의 여파로 석유화학 제품이 크게 올랐다. 폴리프로필렌수지가 18.1%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폴리에스터수지(13.2%) △폴리염화비닐수지(12.1%) △아스팔트(10.2%) △에폭시수지(10.1) 순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자재 수급 부족으로 인해 공사현장은 혼란을 겪었다. 자재비가 올라가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기도, 일부 공사장에서는 공사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마천4구역 조합에 공사비를 3834억원에서 6733억원으로 75.6%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마천4구역 외에도 대조1구역과 등촌1구역 조합에도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기도 했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인천의 한 아파트는 입주 개시일과 사전점검 일정은 당초보다 약 2~3주 가량 늦추기도 했다.

문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 같은 현상이 계속해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 자재들의 경우 생산시설, 물류시스템 등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 장벽이 높아 가격이 비탄력적이다. 핵심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경우 자재 가격에 빠르게 전가되지만 가격 하락분의 경우 하방경직성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연탄 가격 상승 등으로 시멘트 가격이 크게 오르며 건설비가 크게 오른 뒤 유연탄 가격이 안정됐음에도 공사비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자재 가격은 한 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속성, 하방경직성이 있다”며 “물론 나프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재값은 소폭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공사비 전반적으로 다소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전쟁 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현재 100억원 드는 공사비가 중동 전쟁으로 10억원 가량 올랐다면 5억원 정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는 어렵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철근·형강 가격 급등…“건설업계 충격 덜어줘야”

게다가 종전 이후 본격적인 비용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떨어질 수 있지만 공사비는 더 늦게 오르고 더 늦게 내려갈 것이다. 종전과 건설업 정상화는 같은 시점에 오지 않는다”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제 유가가 한동안 높은 수준에서 유지가 될 것이고 일정 수준에서 크게 내려오진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심지어 석유화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자재들까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화학과 관련한 자재들은 공사비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사비 급등과 연관은 없지만 철강·형강 등은 공사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철강업계가 감산을 이어가며 연초 톤당 70만원 가량이던 철근 유통가격은 현재 90만원 가량까지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석유화학 관련 자재가 아닌 그 외에 자재들”이라며 “가격이 크게 올라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의 충격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실장은 “공공공사 물가변동 조정체계를 신속하게 작동하고 민간공사에도 합리적인 가격연동 장치를 확산해야 한다”며 “유가 변동으로 인한 특정 자재 가격 급등으로 계약금액 조정이 지연되면 시공사는 손실을 떠안게 되고 이는 하도급업체와 근로자에게 전가도리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소·전문건설업체의 유동성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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