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입주민 동의를 받아 외부 회계감사를 생략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관리비 내역이나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청소·경비 용역 등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수의계약 역시 제한한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관리비 부과 근거와 집행 내역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관리비 상승 요인으로 꼽혀온 담합·부실 계약도 일부 줄어들 전망이다.
아파트 관리비 관련 이미지. (사진=챗GPT로 생성)
정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공동주택 세대당 평균 관리비는 22만 4728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물가상승률 수준이지만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 증가로 관리비는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는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9일까지 16개 시·도, 19개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관리비 부과·집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장 시정 38건,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 19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주요 위반 사례로는 관리비 부과 내역과 외부 회계감사 결과, 공사·용역 계약서 공개를 장기간 지연하거나 아예 공개하지 않은 경우가 포함됐다. 장기수선충당금 대신 예비비나 수선유지비를 사용하는 등 비목과 다른 용도로 관리비를 집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정부는 이같은 행위가 관리비 인상을 유발한다고 보고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우선 외부 회계감사 예외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현재는 일정 비율 이상의 입주민 동의를 받으면 해당 연도 회계감사를 생략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이면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관리비 관련 부정이 생겼을 경우의 입주자대표회의·관리주체 처벌 수위도 높인다. 장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허위 작성할 경우 형사처벌은 현행 ‘징역 1년·벌금 1000만원 이하’에서 ‘징역 2년·벌금 2000만원 이하’로 강화한다. 관리비 내역 제공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도 기존 500만원 이하에서 1000만원 이하로 상향한다.
또 관리주체의 포괄적 의무사항 중 관리비의 세대별 부과·징수 의무를 명시적으로 신설하고 이에 대한 과태료도 포괄적 의무위반에 대한 과태료 금액보다 높인다. 재산상 손해를 입히거나 금품수수와 같은 부당이득을 취한 주택관리사는 기존 ‘자격정지’에서 ‘자격취소’로 강화해 시장에서 영구 퇴출한다.
입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공사·용역 계약 부문에서도 나타날 전망이다. 정부는 공동주택 관리 현장에서 수의계약이 임의로 적용되거나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 수의계약 허용 범위를 축소하기로 했다. 천재지변이나 안전사고 같은 긴급 상황, 특정 기술이 필요한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보험·공산품 등 일부 품목은 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한다.
제한경쟁입찰 요건도 강화한다. 정부는 일부 단지에서 과도한 참가 제한을 통해 사실상 담합 구조가 형성되고 관리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경기 지역 한 아파트에서는 도장·방수공사 입찰 과정에서 참가 자격을 제한해 업체 간 담합으로 21억원 규모 계약이 체결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개정하고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도 발의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관리비 부과·집행과 관련한 추가 조사와 감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은 “국민 70%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 관리비는 미세한 등락조차 서민 가계에 곧바로 부담이 되기에 더욱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관리비 가격 수준에 직접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현장 입주자대표회의·관리주체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동주택 내 공사·용역에 대한 사업자 선정을 내실화한다면 실질적인 관리비 절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