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슈어만 베리에이셔널 최고경영자(CEO)
가상자산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주식은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따로 거래하던 이분법적 금융 공식이 깨지고 있다. 복잡한 가입이나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 보유한 가상자산 지갑 하나만으로 미국 주식이나 금, 원유 같은 전 세계 모든 금융상품을 한곳에서 다루는 시대가 다가오면서다. 전통 금융시장의 막대한 자금력과 블록체인 기술이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결합함에 따라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루카스 슈어만(Lucas Schuermann) 베리에이셔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뉴스1과의 화상인터뷰에서 베리에이셔널이 지향하는 금융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금융의 경계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리에이셔널(Variational)은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 '옴니(Omni)'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복잡한 계좌 개설이나 환전 절차 없이 이용자들이 하나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2세 대학 입학한 퀀트 창업자…380조 거래 경험 바탕으로 창업
슈어만 CEO는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퀀트 출신 연쇄 창업가다. 그는 12세에 오클라호마대학교 수학 전공 과정에 입학한 뒤 다시 콜롬비아대학교 컴퓨터공학부에 진학해 전체 학생 중 상위 1% 미만에게 주어지는 '에글스턴 스칼라(Egleston Scholar)'로 졸업했다.
이후 구글X(Google X) 로보틱스 엔지니어와 골드만삭스 퀀트 전략가를 거치며 기술과 금융 분야 경험을 쌓았다. 2017년에는 공동창업자 에드워드 유와 함께 퀀트 트레이딩 기업 'Qu Capital'을 설립했고, 회사를 디지털커런시그룹(DCG) 산하 제네시스 트레이딩에 매각하며 첫 번째 엑시트에 성공했다.
슈어만 CEO는 첫 창업 이후의 경험이 현재 베리에이셔널을 설립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를 매각한 뒤 제네시스 트레이딩에서 엔지니어링 부사장(VP of Engineering)으로 합류해 당시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였던 가상자산 트레이딩 데스크의 핵심 전자거래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공동창업자인 에드워드 유는 퀀트 리서치 부문을 맡았고 함께 약 2500억 달러(약 379조 원) 규모의 전자거래량을 운영했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드워드와 다시 의기투합해 2021년 베리에이셔널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웹3의 로빈후드' 꿈꾼다…RFQ 기반 브로커리지 모델 차별화
베리에이셔널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낮은 유동성과 높은 거래 비용을 해결하는 독특한 '브로커리지 모델'에 있다. 슈어만 CEO는 "대부분의 탈중앙화거래소(DEX)는 오더북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베리에이셔널은 전통 금융권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인 견적 요청(RFQ) 기반 브로커리지 모델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리에이셔널은 '웹3의 로빈후드'같은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며 "로빈후드처럼 사용자가 주문을 넣으면 시스템이 여러 거래소와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집계해 최적의 가격으로 거래를 체결하고 복잡한 유동성 관리와 리스크 처리는 백엔드에서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초대 전용 베타 버전으로 운영 중인 '옴니(Omni)'는 일평균 거래량 최대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900억 원)를 기록했으며 누적 거래량은 2000억 달러(약 303조 원)를 넘어섰다. 플랫폼 내 예치 자산(TVL)은 1억 달러(약 1516억 원)를 돌파했고 주간 활성 이용자 수도 2만명을 넘어섰다.
가상자산 넘어 금·주식까지…RWA 시장 정조준
베리에이셔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물자산(RWA) 기반 파생상품 시장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온체인 파생상품 플랫폼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가상자산 중심의 무기한 선물(PERP) 거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베리에이셔널은 이를 원자재와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글로벌 지수 등 전통 금융자산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슈어만 CEO는 "초기 사업은 가상자산 선물 거래에서 시작했고 이미 수천억 달러 규모의 거래량을 통해 현재 모델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베리에이셔널은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금, 은, 구리, 오일 등 원자재 중심으로 RWA 선물 상품을 선보였는데 장기적으로 개별 주식, ETF, 글로벌 지수, 외환(FX)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전에 투자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베리에이셔널은 최근 드래곤플라이 캐피털이 주도한 5000만 달러(약 758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으며 베인캐피털 크립토와 코인베이스 벤처스도 투자에 참여했다. 베리에이셔널은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옴니 플랫폼의 상품군 확대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슈어만 CEO는 한국 금융 시장과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과 관심을 드러냈다.
슈어만 CEO는 "한국은 가상자산 채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일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AI나 반도체 등 글로벌 혁신 주식 시장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보적이고 역동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금융시장 참여와 이해도가 높은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거점"이라고 평가했다.
yellowpap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