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 장기화와 미국의 추가 관세 정책,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등이 동시에 작용하며 원화가 주요국 통화보다 더 큰 폭으로 약세를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환율이 1530원을 찍은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이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전거래일대비 13.3원 오른 1529.7원을 기록했다. 이날 1530원에 개장해 직후 1530.8원까지 오르며 장중 고점을 찍고 상승폭을 일부 줄였지만, 재차 오름폭을 키우면서 내내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는 모습이었다. 장중 고가와 주간거래 종가 기준 모두 지난 3월 3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날 오전 관계기관 합동으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 메시지를 통해 구두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구 부총리는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것과 관련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간 거래에서는 변동성이 더 커지면서 오후 5시쯤 1540.3원까지 올랐다. 야간 거래에서는 거래량이 적어지면서 변동성이 더 커지는 특성이 있다. 야간 거래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데 밤 사이 중동 상황과 미국에서 나오는 경제 지표에 따라 환율이 종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에서 환율은 1533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국동시지방선거로 휴장했던 전날 미국 무역대표부(USTC)가 관세 부과 발표에 단숨에 1530원대로 뛰었다.여기에 이란의 쿠웨이트 공항 공급 소식에 153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란과 종전 협상이 이번 주말 내에 타결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면서 오히려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협상 중이라 주장하지만, 대화가 중단됐다는 이란의 발표가 현실에 더 가깝다”면서 “구조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합의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달러 강세를 넘어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며 타 통화 대비로도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호르무즈 봉쇄 문제에 있다”며 “글로벌 무역 질서의 붕괴에 한국이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 이어지는 와중에 미국 경제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 가치는 계속 오르고 유가까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보니 원화 가치에는 악재”라며 “한미 금리 역전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나 기조적으로 해외 투자가 쌓이는 것도 환율을 구조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강한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원화 매도(달러 매수) 압력이 거센 점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7조 8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에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41조 90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에 대해 국내 경제에 대한 전망 변화보다는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이 주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수급적으로 환율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문 연구원은 “현재 환율은 펀데멘털(경제 기초여건)대비로는 과도하게 높다”면서도 “환율 진정을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종전과 함께 유가 하락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