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주식을 묘사한 일러스트.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블록체인 위에서 24시간 365일 거래하고, 이를 담보로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대출까지 받는 '주식 토큰화(Tokenized Stocks)'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국내 금융권과 당국의 자산 토큰화 논의가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소액으로 쪼개 파는 ‘조각투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이, 전 세계 토큰화 주식(주식 토큰) 발행 규모(TVL)는 15억 달러(2조 2400억원)를 넘어서며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이는 1차 발행만을 따진 규모로, 실제 주식 토큰은 2차 거래 시장에서 훨씬 더 많이 거래되고 있다. 이에 국내 투자사 등 한국 법인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식 토큰을 거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법인 10여 곳, 온도파이낸스서 KYC까지 하고 '토큰화 주식' 거래
8일 전 세계 주식 토큰 플랫폼 점유율 1위인 온도파이낸스가 뉴스1에 제공한 데아터에 따르면 온도파이낸스의 주식 토큰 플랫폼 '온도글로벌마켓(이하 OGM)'에서 본인인증(KYC)을 거친 후 주식 토큰을 거래하는 한국 법인은 10여 곳이다.
단,OGM에서 직접 KYC 절차를 거쳐 주식 토큰을 거래하는 '1차 발행 시장 참여자'는 전체 온도 주식 토큰 투자자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온도파이낸스에서 발행한 주식 토큰은 바이낸스의 예비 상장 플랫폼인 '바이낸스 알파'에서 대규모로 거래된다.자산토큰화(RWA) 데이터 사이트 RWA.xyz에 따르면 전 세계 주식 토큰 시장에서 온도파이낸스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61%에 달한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이용하는 한국인이 매우 많은 만큼, 2차 시장에서 온도의 주식 토큰을 거래하는 한국 투자자수는 매우 많을 것이라고 온도파이낸스 측은 설명했다.
이 같은 사례는 국내에 주식 토큰 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일부 한국 법인들이 해외 플랫폼을 통해 직접 주식 토큰 거래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안 드 보드(Ian De Bode) 온도파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뉴스1에 "온도 토큰화 주식은 미국 외 사용자들만 거래할 수 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시장을 놓쳤는데도 거래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며 "발빠른 한국 투자자들도 이미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굳이 왜 '토큰화'할까…24시간 거래·디파이 활용이 장점
이미 디지털 환경에서 주식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데, 굳이 토큰 형태로 주식을 사고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주식 토큰은 블록체인 기반 자산인 만큼, 기존 증권 시장 거래시간에 제한받지 않고 24시간 365일 거래할 수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등 인기 많은 해외 주식도 해외 개장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언제든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소수점 거래가 가능함을 물론, 결제 및 청산 절차가 간소화된다는 이점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활용성에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서비스, 즉 디파이 서비스에서는 주식 토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 등을 대출받을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되는 코인이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필요한 현금을 대출받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즉 주식 토큰은 단순히 '주식을 블록체인 위로 옮긴 것'이 아니라, 기존 자본시장 자산을 온체인 금융 생태계 안에서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인프라에 가깝다는 평가다.
국내는 '조각투자'에 머물러 있어…"주식 토큰화 논의 시급"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주식 토큰화에 대한 논의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언급되는 '토큰증권'은 부동산·미술품 등을 쪼개 거래하는 이른바 '조각투자' 수준에 머물러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토큰증권협의회 2차 회의에서 "정형 증권의 토큰화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서도 "전자증권을 STO(토큰증권)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 제도 및 인프라와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 단계'의 혁신에 대비한 테스트 및 인프라 개선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는 주식 토큰화 이전 단계를 준비하는 데 그친 셈이다.
지난 2023년 2월 금융당국이 토큰증권발행(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을 당시엔 혁신이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해당 가이드라인이 실제 법제화되기까지 걸린 3년 동안 해외는 이미 실물자산을 넘어 주식을 토큰화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미 해외 시장의 흐름과는 상당한 격차가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드 CEO는 "한국 금융기관으로부터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 "한국 주식, ETF도 하루 빨리 토큰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의 규모와 잠재력을 생각하면 자산을 토큰화했을 때도 큰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