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6개월 만에 최저치 곤두박질…안전자산의 추락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6월 12일, 오전 07:5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제 금값이 반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동 전쟁 격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 임박한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가 한꺼번에 금값을 짓눌렀다는 분석이다.

(사진=AFP)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금값은 1% 넘게 하락해 트로이온스당 4022달러(약 610만원)까지 밀렸다. 지난해 11월 말 이후 최저치로, 근 10년 만에 최악의 분기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후 금값은 소폭 반등해 4085달러(약 620만원)에 거래됐다.

금값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20% 넘게 빠졌다. 전쟁으로 일부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금을 내다 팔아야 했고,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금 매수 열풍을 이끌었던 투기성 자금도 대거 이탈했다.

피터 킨셀라 UBP 투자서비스 책임자는 “이란에서 사태가 터지자 사람들이 포트폴리오 위험을 줄였다”며 “투자자들은 신용거래로 보유한 다른 부진한 자산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금을 팔고 있다. 위험 회피 움직임은 결국 금 매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수개월 새 여러 중앙은행이 금을 팔아야 했다. 튀르키예는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200억달러(약 30조 3700억원) 규모의 금을 매각하거나 맞교환했다. 러시아도 재정 곳간을 채우기 위해 금을 처분했다.

높아진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전쟁 발발 이후 금값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미 국채 등 채권의 상대적 매력을 키웠다. 당초 시장은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하지만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이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이젠 0.25%포인트 인상을 점치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만큼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인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도 커졌다.

12일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초대형 IPO는 금값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고 톰 프라이스 팬뮤어리베룸 애널리스트는 진단했다. 뒤이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과 오픈AI도 마찬가지다.

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이는 금값을 짓누를 수 있는 잠재 요인”이라며 “투자자들이 파티를 이어갈 다른 곳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금은 고전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다음 대박을 찾고 있다. 그리고 스페이스X가 바로 그 다음 대박”이라고 덧붙였다.

모히트 쿠마르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잇단 초대형 IPO를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이벤트”라며, 금과 가상자산 가격을 동시에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은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역사적 강세장을 이끌었고, 2년 만에 금값을 두 배로 끌어올리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 매도세를 부추겼다.

세계금협회(WGC) 자료에 따르면 금 ETF는 3~5월 순유출 55톤(t)을 기록하며 9개월 연속 순유입 흐름이 뒤집혔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은 여전히 금 순매수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금은 지난해 말 미 국채를 제치고 가치 기준 최대 준비자산으로 올라섰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