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실거주자는 덜 내고 투자주택은 더 내게 바꿔야”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6월 12일, 오후 03:01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현행 물건 중심의 주택 보유세 체계를 실거주 여부와 가구 특성 등을 반영하는 ‘사람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거주자는 세 부담을 줄이고 비거주 투자 목적 주택에는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유세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한국주택학회에서 ‘주택 보유세 산정체계 개편 방안’ 발표를 통해 “주택 보유세를 물건 중심 과세에서 거주자 중심 과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 연구위원은 한국의 부동산 세제가 오랫동안 거래세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취득세 부담은 높고 보유세 부담은 낮은 국가”라며 “현재 구조는 거래 단계에서 세수를 확보하는 대신 주택을 보유하는 데 따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체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방세 가운데 재산세 규모는 18조 2000억원 수준이지만 이 중 주택 재산세는 약 5조 8000억원에 그친다. 서울과 경기의 주택 재산세가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1세대 1주택 특례를 통해 매년 5000억원 이상이 경감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임 연구위원은 특히 현재 재산세 체계가 주택가격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행 주택 재산세 세율 구조는 2005년 개편 이후 사실상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국 주택가격은 약 3배 상승했다. 세율 구간은 그대로인데 과세 대상 가격만 높아지면서 누진세 기능이 약화됐고 결과적으로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간 세 부담 차별성도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또 공정시장가액비율 60% 적용과 세부담 상한제, 과표상한제 등이 함께 운영되면서 공시가격 현실화가 실제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임 연구위원은 현행 보유세 체계의 가장 큰 문제로 ‘인적 평가 기능의 부재’를 꼽았다. 현재 재산세는 주택 가격이라는 물적 요소만 반영할 뿐 실제 거주 여부나 소득 수준, 가구 구성, 연령, 보유 목적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강남의 동일한 공시가격 10억원 아파트를 보유한 은퇴 고령자와 고소득 임대사업자가 같은 수준의 재산세를 부담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담세력 차이가 세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의 1주택 보유 역시 문제로 지목됐다. 현재는 주민등록상 거주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도 1세대 1주택 특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자녀 실거주 가구와 독신 투자자가 동일한 재산세를 부담하는 점 역시 형평성 문제로 언급됐다.

이에 따라 임 연구위원은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재산세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재산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현재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해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분하고, 거주자에게는 별도의 공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홈스테드(Homestead) 공제’처럼 실거주 주택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비거주 주택은 상대적으로 높은 세 부담을 적용하는 구조다.

세율 자체를 거주자용과 비거주자용으로 이원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임 연구위원은 지방세법을 개정해 실거주자는 공제 혜택을 주고 투자 목적 보유에는 추가 부담을 부과하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구원 수를 반영한 공제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거주자 공제를 정액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1인당 20만~30만원 수준의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구원 5명이 거주하는 주택은 125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자녀 가구일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로 저출생 대응 정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연구위원은 “정률공제는 고가주택에 유리할 수 있어 정액공제 방식이 적절하다”며 “저가주택에 거주자가 많은 경우 재산세가 사실상 0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과세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재산세는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주택을 전국 단위로 합산해 누진 과세하는 기능이 없다. 이에 따라 재산세 단계에서도 주택 수와 보유가액을 반영한 합산누진 과세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가주택에 대한 세율 체계 개편도 언급됐다. 현행 과세구간인 6000만원, 1억 5000만원, 3억원 기준은 현재 주택가격 수준과 괴리가 큰 만큼 1억원, 3억원, 5억원, 10억원, 15억원, 20억원 이상 등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에 차등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임 연구위원은 “현재의 높은 거래세·낮은 보유세 구조는 다주택 보유와 ‘똘똘한 한 채’ 선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실거주 목적의 주택은 보호하고 투자 목적 보유는 보다 정교하게 과세하는 방향으로 주택 보유세 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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