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15억인데 낙찰가는 172억?…손가락 잘못 놀려 1.5억 날린 사연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6월 15일, 오후 11:02

[이데일리 김주환 기자]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경매에서 시세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금액을 적어낸 낙찰자가 나왔다. 해당 낙찰자가 매각 대금을 치르지 않을 경우 1억 5000만원 안팎의 보증금을 몰수당하게 돼, 경매업계에서는 단순 기입 실수인 ‘오기 입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입찰법정 앞 복도. (사진=연합뉴스)
15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매각 절차가 진행된 영등포구 영등포동 소재 ‘영등포아트자이’ 전용면적 120㎡ 경매에서 한 응찰자가 172억원을 써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번 경매의 최저매각가격이 약 15억 4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낙찰자가 써낸 금액은 최저가의 9.2배에 달한다.

당일 입찰에 참여한 2순위 응찰자는 18억 5000만원, 3순위 응찰자는 16억 7777만원을 각각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가 응찰액만 독보적으로 시세를 상회하면서, 업계에서는 낙찰자가 기존에 17억 2000만원을 적으려다 실수로 숫자 ‘0’을 하나 더 기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낙찰을 포기하더라도 막대한 금전적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 경매 물건에 응찰할 때는 최저매각가격의 10%를 입찰 보증금으로 미리 납부해야 한다. 이번 매물에는 약 1억 5000만원의 보증금이 책정돼, 낙찰자가 대금 납부를 거부하면 이 보증금은 법원에 귀속돼 돌려받을 수 없다.

최근 부동산 경매 시장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오기 입찰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경매에서는 감정가 7억원대 매물에 66억원이 넘는 금액을 적어낸 응찰자가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당 응찰자 역시 낙찰 대금을 치르지 못하면서 입찰 보증금 6000만원을 고스란히 토해냈다.

오기 입찰을 저지른 낙찰자가 보증금 몰수를 면하기 위해 법원에 매각불허가 신청을 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개인의 단순 과실을 사유로 매각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경매 제도의 공정성을 해치거나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아파트 경매의 경우 초보 투자자들도 큰 관심을 갖고 진입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꼴로 금액을 잘못 적어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입찰표를 종이에 수기로 작성하는 특성상, 서류를 제출하기 전에 응찰 금액의 자릿수를 여러 차례 재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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