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이 늘어났지만 전세 가격 상승세는 오히려 가팔라지고 있다. 전세 매물 절대량이 여전히 부족한 데다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입주 물량이 급감할 예정이라 전세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1만 9020건으로 두 달 전(1만 5396건) 대비 3624건, 23.5% 증가했다. 월세도 이 기간 1만 5022건에서 1만 6531건으로 10.0%(1509건) 늘어났다. 반면 매매 매물은 6만 1184건으로 1만 4365건, 19.0% 줄어들었다.
전·월세 거래가 많은 노원구의 경우 3000세대가 넘는 월계동 그랑빌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3월까지만 해도 0건이었으나 최근엔 7건으로 늘어났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3830세대 역시 3월 전세 매물이 1~2건에 불과했으나 4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다주택자들이 5월 10일부터 시행된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내놨던 매물을 팔지 않기로 하고, 임대 매물로 전환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전세 매물이 늘어났다고 해도 전세난을 해소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이 두 달 간 1만 4000건 넘게 줄어든 것에 비해 전·월세로 나온 매물은 5100건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 강화 방침을 내놓으면서 집주인이 직접 거주를 선택하거나 기존 임차인과 계약을 갱신한 영향에 전·월세 매물 증가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5일 신고분 기준 5월 전세 거래 건수(7745건)의 53.6%(4149건)는 기존 계약을 갱신한 사례였다. 이는 2년 전(29.5%)보다 24.1%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양도세 중과 이후 다주택자가 보유 매물을 임대로 내놓으면서 전·월세 매물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줄어든 상황”이라며 “매매 매물 총량에 비해서도 전·월세 매물 총량이 적다”고 밝혔다.
전세와 월세 매물은 여전히 작년 말(2만 3263건, 2만 1403건) 대비 각각 18.2%(4243건), 22.8%(4872건) 줄어든 상태다. 전·월세 매물을 모두 합해도 3만 5551건으로 매매 매물(6만 1184건)의 58% 수준에 불과했다.
◇전세 가격 11년래 최고 상승, 월세는 역대 최고
전·월세 매물이 두 달 간 늘어난 것이 무색하게 전·월세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와 월세 가격은 5월 누적으로 각각 3.6%, 3.5% 올라 매매 가격 상승률(3.8%)보다 낮았으나 전세는 5월 누적 기준 2015년(4.2%) 이후 가장 많이 올랐고, 월세는 2015년 6월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6월 둘째 주(2~8일)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0.32% 올라 2015년 10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르기도 했다. 주간 기준으로 보면 전세 가격 상승률이 3월 둘째 주 이후 14주 연속 매매 가격 상승률을 웃돈 것이다.
이에 따라 전세가율(매매 가격에서 전세가격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리치고에 따르면 전세가율은 3월 43.6%에서 6월 43.9%로 높아졌다.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11.4% 가량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3년 평균 저평가 수준(1.4%)보다 격차가 확대되면서 매매가격의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선 전세 매물이 적은 데다 전세 가격 또한 빠르게 오르면서 이번 기회에 차라리 집을 사려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4월 8591건, 5월 7515건(6월말까지 추가 신고 예정)으로 3월(5513건) 대비 증가했다. 반면 전·월세 계약 건수는 3월 각각 1만 823건, 1만 657건에서 4월 8000건대, 5월 7000건대로 줄었다.
그러나 전세 수요가 일부 매매로 전환됐더라도 전세 매물 절대량이 부족한 만큼 전세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 지수는 182.5로 5월 셋째 주(182.9)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180대로 2020년 전세난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 대비 전세 물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국토교통부는 전·월세 가격 상승의 원인을 2022~2024년 착공 감소로 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는 최근 10년 평균 연간 4만 가구가 착공됐으나 2023~2025년엔 2만 가구대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입주 물량은 2024~2025년 연간 3만~4만 가구였으나 올해 2만 7000가구, 내년 1만 7000가구 입주로 내년으로 갈수록 줄어들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