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절벽 앞에서…물류센터 시장이 나뉜다[0과 1로 보는 부동산세상]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6월 20일, 오전 08:01

[정철 알스퀘어 물류PM사업본부장] 10년 전, 경기도 평택시의 한 물류센터가 업계의 화제였다. 연면적 약 1만평. 당시 기준으로는 업계 관계자들이 일부러 견학을 올 만큼 ‘대형’이었다.

(사진=챗GPT로 생성)
그 센터가 지금 기준으로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요즘 수도권에서 1만 5000~2만평짜리는 그냥 ‘보통’이다. 3만평은 돼야 규모감이 있다고 하고, 6만평, 10만평짜리 센터도 이미 실제 입주 사례가 여럿이다. 물류센터 시장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달라졌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까? 답은 단순하다. 공급이 수요를 너무 앞질렀다. 2010년대 후반 물류센터는 오피스보다 수익률이 높은 대체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 19가 이커머스 붐을 가져오면서 공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제는 당시 대부분의 투자 판단이 수요 데이터가 아니라 수익률 기대에 기반을 뒀다는 점이다.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투자 상품으로만 접근한 결과, 공급은 과잉됐고 이커머스 성장세가 꺾이자 시장은 역전됐다. 저온 물류센터에 공급이 쏠린 것도 같은 이유다.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경쟁적으로 공급이 이어졌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침체 아닌 양극화…물류센터 시장의 새 기준

그렇다고 시장 전체가 같은 속도로 침체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물류센터 시장을 제대로 읽으려면 하나의 단어가 필요하다. 바로 양극화다.

상온 물류센터는 공실률이 낮아지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커머스, 3PL(제3자 물류), 우량 임차인들의 수요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저온 물류센터는 여전히 공실 부담이 크다.

양극화는 자산 유형에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입지에 따라 시장이 갈린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이미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다. IC(나들목)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서울까지 이동 거리가 얼마인지, 연면적 기반 물량 수용 규모는 충분한지. 이 기준에 맞는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의 회복 속도는 지금 이미 벌어지고 있다.

비수도권도 마찬가지다. 부산항, 평택항 주변처럼 접근성이 확보된 입지는 수요가 살아 있다. 그 외 비수도권 자산들은 투자자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도심 소형 물류와 외곽 대형 물류는 대체재가 아니다. 도심 소형은 라스트마일(소비자 직배송) 전용 수요로 매물이 없어서 문제지 수요가 없는 게 아니다. 외곽 대형은 보관 중심의 별개 시장이다. 둘의 관계를 혼동하면 수요 분석 자체가 어긋난다.

정철 알스퀘어 물류PM사업본부장. (사진=알스퀘어)
그렇다면 지금이 바닥일까? 조건부이지만 그렇게 전망할 수 있다. 2025년부터 신규 공급이 크게 줄었고, 2026년도 수도권 공급은 제한적이다. 공급 절벽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공급이 줄고 수요가 버티면, 우량 입지 자산부터 임대료가 소폭이나마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다. 금리 인하 기대까지 더해지면 기관 자금의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3년은 우상향 흐름이 가능하다고 본다. 단, 과거 호황기 같은 급등은 없다. 시장 참여자들이 그 경험을 이미 학습했기 때문이다.

알리, 테무 같은 해외 이커머스 사업자의 국내 진출도 잠재적 변수다. 이들이 국내 물량을 늘릴수록 평택항 중심 물류 통로와 수도권 외곽 대형 센터 수요에 긍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통관 규제, 국내 소비자 신뢰, 실제 영업 성과가 먼저 검증돼야 한다. 쿠팡도 인프라를 갖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결국 지금 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바로 ‘어떤 자산인가’다. 경기도 평택시의 1만평 센터가 견학 명소였던 시절, 시장은 규모 자체에 주목했다. 지금은 다르다. 규모보다 입지, 입지보다 임차인 구성, 임차인 구성보다 수요의 지속 가능성이 자산 가치를 결정한다.

공급 절벽 앞에서 시장은 이미 나뉘고 있다. 먼저 살아나는 자산이 어디인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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