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밀린 가상자산" 구조조정 칼바람…이더리움도 20% 감원

재테크

뉴스1,

2026년 6월 24일, 오후 06:27

지난 2월 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현황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6.2.2 © 뉴스1 이호윤 기자

가상자산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이더리움 재단이 전체 인력의 20%를 감원하고 예산을 40% 삭감한 상황에서, 코인베이스·크립토닷컴 등 주요 기업들도 잇따라 조직 슬림화와 인공지능(AI) 중심 조직 재편에 나섰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AI 산업 부상이 업계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더리움 재단은 23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전체 인력의 약 20%에 해당하는 54명을 감원해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앞으로의 핵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 구조와 활동, 인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더리움 재단을 둘러싸고 핵심 인력 이탈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올해 들어 토마시 스탄차크, 왕 샤오웨이 공동 집행이사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재단을 떠났다.

예산도 축소된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는 최근 X(옛 트위터)를 통해 "올해 재단 예산을 약 40% 삭감했다"며 "과거에는 보유 자산의 약 15%를 매년 사용했지만 2030년 이후 이를 5%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산 삭감은 단순한 효율화가 아니라 실제 희생을 수반하는 결정"이라며 "로드맵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더리움 재단은 향후 검열 저항성, 오픈소스, 프라이버시, 보안성 등 핵심 가치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직을 △프로토콜 레이어 △액세스 레이어 △이용자 레이어 △커뮤니티 레이어 △기관 레이어 등 5개 핵심 클러스터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더리움뿐만 아니라 최근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서 조직 슬림화와 AI 중심 재편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달 전체 직원의 약 14%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자산 시장 침체에 대응해 비용 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AI 발전으로 소규모 조직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코인베이스는 조직 구조를 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아래 5단계 체계로 단순화하고, 관리자급 인력도 실무를 병행하도록 개편한다. 또 AI 에이전트 관리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 역량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도 지난 3월 전체 인력의 약 12%를 감축했다. 크리스 마잘렉 크립토닷컴 CEO는 "전사적으로 AI를 도입하고 있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직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예외는 아니다. 알고랜드(ALGO) 재단은 지난 3월 가상자산 시장 침체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전체 인력의 25%를 감원했다.

스타크웨어(STRK) 개발사는 지난 4월 수익성 개선과 조직 효율화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옵티미즘(OP) 개발사 OP랩스도 전체 인력의 약 20%를 줄였다. 왕 징 OP랩스 CEO는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지만 더 빠른 의사결정과 협업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만트라(OM) 역시 올해 1월 감원에 나섰다. 존 패트릭 멀린 만트라 CEO는 "장기화한 시장 침체와 경쟁 심화로 기존 비용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력 감축 배경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꼽힌다. 국제 정세 불안과 증시 강세가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감소했고, 이는 업계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AI 산업으로 자본과 관심이 집중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코인베이스와 크립토닷컴은 AI 중심 조직 재편을 추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메사리 역시 지난 3월 AI 전환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셉 루빈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는 "최근 몇 년 동안 테크 업계에서 AI 내러티브가 가상자산을 압도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는 자본 유입과 투자 관심을 가상자산이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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