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경상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보다 실제 외환시장에 남는 달러와 자본 이동, 외환당국의 시장 운용 방식이 원화와 대만달러의 희비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한국 5만원권과 대만 1000대만달러 지폐. (사진=AI 생성)
반도체 대표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한국이 더 강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각각 67.7%, 33.1% 올라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 상승률(14.1%)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과 대만은 소규모 개방경제로 경제 여건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구조도 닮아 있어 환율을 비교하기에 적합한 국가로 꼽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최근 통화 가치가 엇갈린 것은 경상흑자 규모가 아니라 실제 공급되는 달러 규모가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최근 1년간 누적 경상흑자는 한국이 1779억달러, 대만이 2126억달러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외환시장에 남은 달러인 ‘외환순공급’은 한국이 210억달러에 그친 반면 대만은 1667억달러로 약 8배 많았다.
한국은 같은 기간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1121억달러)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 유출(448억달러)이 경상흑자로 벌어들인 달러 대부분을 흡수했다.
반면 대만은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232억달러)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 유출(215억달러) 규모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작아 달러가 외환시장에 더 많이 남았다.
시중은행 외환 담당자는 “한국은 해외주식 투자 규모 자체가 크고 대부분 환헤지를 하지 않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며 “반면 대만은 해외투자 과정에서 환헤지를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 외환 수급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도 차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200억달러 수준인 반면 대만은 5900억달러를 웃돈다.
최근 환율 흐름에는 양국의 환율 관리 방식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자율변동환율제를 기반으로 시장 기능을 존중하는 반면, 대만은 관리변동환율제로 외환거래 관리와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대만 보험업계가 대규모 해외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요인 중 하나다. 대만달러가 급격히 절상될 경우 보험사의 환차손 부담이 커질 수 있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관리한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외환 담당자는 “한국은 시장 기능을 존중하면서 과도한 변동성만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두는 반면, 대만은 고액 외환거래 관리와 자본 이동 규제 등 외환시장 관리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말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도 “대만은 실수요 증빙 원칙과 고액 외환거래 신고 등 외환거래 관리가 한국보다 강하고 역내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도 사실상 제한된다”며 “시장 가격보다 실제 외환 수급을 관리하는 장치가 많아 환율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