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탈디젤’ 건설기계 지원 예산…“인식 전환 시급”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7월 13일, 오전 05:11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건설기계의 ‘탈디젤화’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나 국내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정부가 대기오염 물질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전기굴착기 등 무공해 건설기계 보급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나 인식 부족과 인프라 부족 등 현장 요건이 뒤따라 주지 않는 탓이다.

볼보그룹코리아가 지난 1일 세종시 5-1생활권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건설현장에서 열린 건설자동화 시범사업 개막식에서 친환경 고효율 전기 굴착기, 원격 조종 무인 굴착기, 전기 구동 무인운반장비 등 볼보건설기계의 최첨단 건설장비들을 활용한 협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볼보그룹코리아)
볼보그룹코리아가 지난 1일 세종시 5-1생활권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건설현장에서 열린 건설자동화 시범사업 개막식에서 친환경 고효율 전기 굴착기, 원격 조종 무인 굴착기, 전기 구동 무인운반장비 등 볼보건설기계의 최첨단 건설장비들을 활용한 협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볼보그룹코리아)
12일 건설업계 및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기굴착기 보조금 지원 사업은 올해로 6년째를 맞고 있으나 민간 공고대수 대비 접수 미달이 이어지고 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건설기계 구매보조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기굴착기 및 지게차 등 무공해 건설기계 보급 보조금지원 사업에 책정된 144대(전국) 중 신청건수는 38대에 불과하다. 지난해는 61대 중 48대가 접수돼 37대가 출고됐으며 2024년의 경우 138대 중 접수건이 39대에 불과했다.

정부는 보조금 지원이 주로 소형 건설기계에만 집중됐다는 현장의 지적을 반영해, 지난해부터 총중량 20톤 이상의 배터리형 굴착기와 40톤 이상의 케이블형 전기굴착기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아울러 전기굴착기의 배터리 에너지 용량, 모터 정격 출력, 총중량에 따라 제품별 보조금 지원액을 차등화하는 등 정책 다변화를 시도 중이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여전히 친환경 건설장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짙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기술적 한계가 주요 배경이다. 일반 전기차와 달리 전기 건설기계는 거친 건설 현장 특성상 고출력 충전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워 제때 충전하기가 힘들다. 또한 기존 디젤 장비에 비해 출력이 부족하고,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연속 작업 시간이 짧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겨울철 혹한기와 여름철 폭염기에 배터리 효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점도 고질적인 걸림돌이다.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점도 원인이다. 소형 굴착기의 경우 디젤 장비는 2000만원 중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으나, 전기 모델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2000만원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3000만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여기에 전용 충전 인프라 설치비용까지 고려하면 체감하는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친환경 건설기계는 힘이 약하고 불편하다는 선입견이 깊게 깔려 있다”며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계속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보급률이 늘 수는 있겠으나, 현장 노동자와 업체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건설기계 분야의 전동화 및 친환경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디젤 건설기계 유지비가 급등하는 등 건설산업의 원유 의존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탈디젤 장비 도입 인센티브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실효성 있는 인프라 구축 및 연구개발(R&D) 지원이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된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주요 선진국의 경우 건설중장비의 탈디젤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국내 도입 역시 시급한 상황”이라며 “건설산업의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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