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명섭 기자
정부가 또다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경제정책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최근 발표한 '2026 경제성장전략'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 지원이 주요 과제로 담겼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같은 '약속'이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정부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미래 금융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디지털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자본시장과 연결하려는 시도들은 이미 글로벌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정부가 같은 과제를 2년 연속 제시하는 동안 시장은 '언제,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못 듣고 있다. 지난해 국회 등에서 관련 논의는 있었지만 투자자가 체감할 만한 제도 변화는 없었다. 자본시장법은 언제 개정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ETF가 허용되는지, 구체적인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현물 ETF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단계별 추진 방안과 시장 구축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장 감시체계와 수탁, 가격 산출 방식, 선물시장 연계 등 제도화에 필요한 기반도 함께 제안했다.
수탁 사업자들은 제도 정비를 전제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자산운용사들도 상품 출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치 운전자가 출발선 앞에서 자동차 시동을 걸어둔 채 출발 신호만 기다리는 모습이다.
해외는 한발 앞서 있다. 미국은 지난 2024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수조달러의 누적 거래량을 기록하며 시장을 빠르게 키웠다. 일본도 최근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ETF 시장을 위한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주요국의 관심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다. '어떻게 시장을 키우고 제도권 금융과 연결할 것인가'다.
반면 한국은 '도입 계획'만 외치고 있다. 물론 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 장치와 시장 감시체계, 수탁 인프라 등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속도보다 안정성을 우선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선정한 사안이라면 적어도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시간표'는 제시해야 한다. 언제 입법을 추진하고, 언제 제도를 마련하며, 언제 시장에 선보일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로드맵은 있어야 한다. "추진하겠다"는 말만 반복해선 신뢰를 얻기 어렵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단순히 투자상품 하나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해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일 기회다. 정부가 2년 연속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도 중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계획이 아니라 실행이다. 내년 경제정책 문건에도 비트코인 현물 ETF가 또다시 등장하면 시장은 기대보다 피로감을 먼저 느낄 가능성이 크다.
외침만 반복될수록 정책은 설득력을 잃는다. 시장은 '세 번째 약속'이 아니라 '첫 번째 실행'이 필요하다.
chsn1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