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제도 손질을 검토하면서 세무·자산관리 현장에서 증여와 특수관계인 간 양수도 상담이 늘고 있다. 세 부담을 피해 일반 시장에 집을 내놓기보다 자녀에게 넘기거나 가족 간 거래를 통해 자산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정부가 이번 조치로 초고가 주택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더라도, 오히려 일반 매물 잠김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세무 현장에서는 증여와 특수관계인 간 양수도를 놓고 선택지를 비교하고 있다. 양수도는 자금출처 입증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자녀의 자금 여력과 실제 입주 가능성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제도가 거주 중심으로 바뀌면 장기간 보유했지만 실거주기간이 짧은 고령층과 재건축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했거나 자녀와 합가 등 이유로 실제 거주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압구정 등 고령층 비중이 높은 재건축 단지에서는 집은 자녀에게 넘기고 부모는 병원 접근성이 좋은 신축으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강남권은 일반 매도보다 특수관계자 간 거래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압구정에서는 재건축 주택은 자녀에게 넘기고 본인은 생활 편의성이 높은 신축으로 옮기려는 상담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취득한 지 오래돼 양도차익이 크고, 아파트 노후화로 다른 곳에 거주하면서 재건축 주택만 보유한 고령층은 제도 개편 전 매도를 고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도차익이 클수록 장특공제 축소 전후의 세액 차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보유공제(최대 40%)를 전면 폐지하고 거주공제(최대 40%)만 유지할 경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08㎡의 세 부담은 8억4000만원이나 증가한다. 10년 이상 보유하고 실거주 중인 1주택자 기준이다. 이 아파트를 2015년 15억원에 취득했고 올해 67억원에 매도했다고 가정할 시 양도세는 현행 약 3억 5000만원에서 11억 9000만원이 된다는 계산이다. 세 부담이 현행의 3.4배 뛰는 셈이다.
초고가주택의 경우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를 21억원에 취득해 올해 57억원에 매도하는 경우라면 양도세가 현행 2억 4000만원에서 개편 후 8억 3000만원으로 5억 9000만원(245.8%)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남더힐 전용 244㎡는 6억원에서 19억 5000만원으로 13억 5000만원(225.0%) 늘게 된다.
다만 이는 보유공제를 전면 폐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세 부담은 정부의 최종 개편안과 경과조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이 커지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유예기간 여부와 보유자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시행 전 유예기간을 둘 경우에는 장기 보유·거주 요건을 이미 충족한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매물 출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재건축 주택만 보유한 고령층은 제도 개편 전에 매도를 고민할 수 있다”며 “다만 유예기간을 활용한 일시적인 매물 출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의 매물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주택은 개발이익 기대가 여전한 데다 대출 규제로 매수층도 제한돼 일반 시장에서 거래되기보다 증여나 가족 간 양수도로 소유권만 이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점옥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부단장은 “초고가 주택이 일반 매물로 대거 출회되기보다는 가족 안에서 손바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은퇴한 자산가들은 고가 주택을 매각해 다운사이징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안을 꾸준히 검토해왔다”면서도 “매물이 일부 출회되더라도 장기적인 가격 하락이나 ‘똘똘한 한 채’ 현상 해소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