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한때 1위 韓 코인 거래소만 유독 아프다

재테크

뉴스1,

2026년 8월 06일, 오전 07:13

박현영 금융부 코인팀장
가상자산 하락장이 장기화하면서 가상자산 프로젝트와 수탁사, 블록체인 기업까지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가 겪는 어려움은 조금 다르다. 해외 거래소보다 더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더블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누적 거래대금은 약 1491억 달러로 집계됐다. 1분기 2228억달러보다 33.1% 감소한 규모다.

반면 해외 거래소의 사정은 달랐다. 시장조사 업체 토큰인사이트가 바이낸스·OKX·바이비트 등 주요 글로벌 거래소 거래대금을 집계한 결과, 이들 거래소의 현물·파생상품 거래대금은 1분기 17조 9000억달러에서 2분기 16조 5000억달러로 8%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하락장을 겪었지만 국내 거래소의 거래대금 낙폭이 네 배에 달한 것이다.

격차의 핵심은 파생상품이다. 2분기 글로벌 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전체 거래대금의 73%를 차지했다. 가격이 오를 때만 거래가 활발한 현물 시장과 달리, 파생상품 시장은 하락장에도 투자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물 거래에만 묶여 있는 국내 거래소엔 이런 '완충 장치'가 없다.

문제는 한국이 원래부터 가상자산 분야 경쟁력이 없었던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8년 1월 업비트는 하루 거래대금 75억 7700만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 거래소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출범한 지 불과 석 달 만의 일이다. 2위는 바이낸스, 3위는 국내 거래소 빗썸이었다. 가상자산 거래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이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됐던 것이다.

이처럼 가상자산 거래소 산업은 한국이 실제로 경쟁력을 증명한 몇 안 되는 사업군이다. 그런데 정작 이 산업을 키울 정책적 뒷받침은 거의 없다. 해외 거래소들이 파생상품으로 하락장을 방어하는 동안, 국내 거래소는 파생상품은 물론 법인 투자 시장도 열지 못한 채 하락장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장사와 전문투자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을 넘긴 지금까지도 관련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았다. 법인과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막아놓고, 개인의 현물 거래에만 의존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단순히 개인들이 코인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블록체인 인프라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융 산업의 관문이다. 한국이 드물게 '세계 1위'에 올랐던 분야조차 산업으로 키우지 못한다면, 어렵게 얻은 경쟁력을 스스로 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내 거래소가 해외와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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