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마켓 로고.
해외 최대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의 국내 접속이 차단되면서 관련 산업의 국내 진입 문턱도 한층 높아졌다.
미국에서는 폴리마켓과 칼시 등 예측시장 사업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규율하고 있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비롯한 금융·핀테크 기업들도 잇따라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예측시장이 단순한 사행산업을 넘어 가격 발견과 정보 집계, 위험 헤지 등의 경제적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논의를 토대로 규제체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예측시장의 경제적 기능과 사행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사업자인 폴리마켓에 대한 접속 차단이 먼저 이뤄졌다. 예측시장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규제 접근법이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폴리마켓은 도박장"…접속차단 결정한 방미심위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전날 폴리마켓에 대해 시정요구인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폴리마켓이 형법상 도박을 방조하거나 도박장소 개설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다.
앞서 방미심위는 폴리마켓의 의견도 청취했다.폴리마켓 측은 한국어 서비스를 중단한데다, 원화 결제도 지원하지 않고 있어 국내 정보통신망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이용자가 직접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비수탁형 지갑'으로 개인 간 거래를 지원하는 점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콘트랙트 방식으로 운영돼 폴리마켓 플랫폼 자체가 '도박의 주재자'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도 강조했다.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콘트랙트는 계약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탈중앙화 방식이기 때문에, 폴리마켓이 중개자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미심위는 폴리마켓의 기술적 운영 방식보다 이용자가 특정 사건의 결과를 예측해 금전적 손익을 얻는 거래 구조에 무게를 뒀다.
폴리마켓이 우연성에 의한 '승자독식형' 손익 구조로 운영되는 데다 '8월 서울 강수량'처럼 구체적인 사건의 결과에도 금전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도박 환경을 제공한다고 판단했다.
해외 대형 거래소들이 꽂힌 '예측시장'…국내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
이번 결정으로 예측시장 산업의 국내 진입 문턱도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방미심위가 특정 플랫폼의 운영 방식보다 예측 결과에 따라 손익이 갈리는 구조 자체를 문제 삼은 만큼, 향후 비슷한 서비스에도 같은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폴리마켓과 함께 양대 예측시장 플랫폼으로 꼽히는 칼시는 이미 한국 이용자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반면 폴리마켓처럼 별도의 본인인증(KYC) 없이 가상자산 지갑만 연결하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추가 차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나 핀테크 기업들이 예측시장을 신사업으로 검토하기도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예측시장을 규제 밖으로 밀어내기보다 제도권 안에 편입해 관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코인베이스, 제미니 등 미국 대형 거래소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측시장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코인베이스는 칼시와 손잡고 자체 예측시장 플랫폼 '코인베이스 프레딕트'를 출시했고, 제미니도 '제미니 프레딕션스'라는 예측시장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들 플랫폼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승인을 받아 제도권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미 CFTC는 예측시장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CFTC로부터'지정계약마켓(Designated Contract Market, DCM)' 라이선스를 승인받도록 하고 있다.
규제 마련과 함께 예측시장 플랫폼의 경제적 효용에 대한 연구도 충분히 이뤄진 상태다. CFTC는 지난 6월 공개한 규정안에서 리스크(위험) 헤지와 가격 발견, 정보 집계 기능을 예측시장 게약의 공익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예측시장 플랫폼 내 특정 계약을 허용하는 데 해당 기준을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는 이 같은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가장 큰 플랫폼인 폴리마켓 접속이 차단됐다.
김유겸 포필러스 연구원은 "칼시 같은 예측시장 플랫폼은 지난 2023년 칼시가 CFTC의 금지 조치에 소송을 제기한 이후부터 가격 발견과 정보 집계, 리스크 헤지 같은 경제적 효용을 입증해왔다"며 "이상 기후나 관세 시행처럼 실제 사업에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요소를 헤지하는 데 날씨, 시장 관련 예측시장 계약이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당국이 예측시장을 사행산업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예측시장의 경제적 기능이나, 해외 규제 논의의 변화를 충분히 검토했는지에 대해서는 점검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hyun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