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는 ‘갈아타기’, 서민은 ‘밀려나기’…양극화 속 법인 거래 ‘이상 급증’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8월 21일, 오전 05:1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정부의 규제 강화 속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와 규제 사각지대 노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급등한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은 경기도나 인천 등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법인의 대규모 아파트 매집 현상까지 포착돼 규제 우회나 편법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0일 이데일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대구을)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거주지 및 거래주체별 매매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4만2186건 중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비중은 82.7%(3만489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77.1%보다 5.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지며 외지인의 매수세는 한풀 꺾인 반면, 서울 거주자들끼리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이동하는 ‘내부 손바뀜’이 시장을 주도했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서울 거주자의 이동 패턴이다. 동일 자치구가 아닌 다른 지역의 아파트를 사들인 비중이 45.9%로 전년 대비 5.6%포인트 뛰었다. 통계 특성상 매입 목적(투자·실거주)을 구분하긴 어렵지만, 부동산 업계는 이를 전형적인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시장을 주도한 결과로 풀이한다. 서울 집값이 상승 기류를 타자,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들이 외곽에서 도심으로, 혹은 강북에서 강남권 등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찾아 공격적으로 자산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급등 속에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수요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경기 지역 아파트 매입자 중 서울 거주자 비중은 15.4%로 전년대비 1.9%포인트 증가했다. 인천 역시 서울 거주자 매입 비중이 10.0%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포인트 뛰었다. 자산가들이 ‘상급지 갈아타기’에 나선 와중에 여력이 안되는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와 인천 등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실수요자간에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법인의 대량 매수 정황도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 전국 단위 ‘개인→법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1782건으로 집계됐다.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 거래량(2652건)의 67.2%를 채운 것이다. 이를 연간으로 단순 환산하면 전년 대비 34.4% 가량 증가한 수치다. 6월 한 달에만 407건이 거래되며 상반기 내내 매수세가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특이한 점은 법인 간 거래다. 지난해 연간 17건에 불과했던 서울 아파트 ‘법인→법인’ 거래가 올해 1월 무려 799건, 5월에 218건이나 무더기로 발생했다. 2~4월엔 거래가 없었고 6월엔 1건에 그쳤다. 임대사업자나 자산관리회사(리츠)의 자산 일괄 이전일 가능성도 있지만, 특정 시기에 수백 건의 직거래가 쏠린 것은 통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미애 의원은 “부동산 시장이 서울과 지방, 수도권 내에서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수요를 억누르기만 하는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가 외려 시장을 왜곡하고 주거 수요의 이동 경로만 틀어버린 것은 아닌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인의 아파트 매입세가 눈에 띄게 늘고 특정 월에 법인 간 대량 거래가 확인된 만큼 규제 우회나 편법 거래가 숨어있는지 국토교통부가 신속히 거래 성격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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