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빌라 등 주거지역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그래픽=도시와경제)
이 구조에서는 외곽에 주택을 아무리 많이 공급해도 직주근접이라는 시장의 핵심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낮에는 일터만 붐비고 밤에는 도심이 공동화되며, 외곽 주거지는 주간에 활력을 잃는 시간대별 단절이 고착화됐다. 오전에 외곽 주거지에서 도심 업무지구로 통근 인구가 이동하고, 저녁이면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그 결과 교통 혼잡과 통근시간 증가,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주택을 공급했지만 생활권을 공급하지 못한 셈이다.
외곽 택지 개발이 가진 또 다른 문제는 시간이다. 택지를 지정한다고 바로 집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토지 보상과 인허가, 기반시설 설치, 광역교통망 확보, 사업성 검토 등을 거쳐야 한다. 특히 철도와 도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부터 공급하면 입주 이후 교통난이 새로운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계획 단계에서 발표되는 수십만 가구의 공급 물량과 실제 시장에 입주하는 주택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더 큰 문제는 외곽 주택이 도심 수요를 반드시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 도심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이 직장과 교육환경, 상업시설을 포기하면서까지 외곽으로 이동할 유인은 제한적이다. 결국 외곽에 공급된 주택이 도심의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베드타운을 형성하는 데 그칠 수 있다. 이후에는 교통망 확충을 위해 막대한 공공재정이 추가로 투입된다.
따라서 이제 공급정책의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땅을 확보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원하는 생활권에 주택을 공급했는가를 봐야 한다. 핵심은 외곽의 평면적 확장이 아니라 기존 도심의 입체적 고밀화다.
대표적인 방법이 직주근접형 입체복합개발이다. 주요 역세권과 교통 결절점, 노후 상업지역, 저이용 공공부지 등에 주거와 업무·상업·문화시설을 함께 배치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건물이나 블록 안에서 다양한 기능이 결합하면 이동거리가 줄고 대중교통과 보행 중심의 생활권을 만들 수 있다. 주택이 단순한 잠자는 공간이 아니라 일자리와 소비, 여가가 연결되는 도시 인프라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용도지역제 유연화도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해온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고밀주거진흥구역 등 공간혁신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른바 비욘드 조닝 방식으로 토지 이용의 경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용도 혼합과 용적률 특례를 통해 도시가 시장의 변화에 맞춰 스스로 재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고밀 개발이 모든 문제의 만능 해법은 아니다.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용적률만 높이면 교통과 주차, 일조, 학교시설 부족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고밀화가 아니라 교통·학교·공원·상하수도 등 기반시설과 개발밀도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주민 수용성과 사업성까지 고려한 정교한 도시계획이 전제돼야 한다.
주택 공급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외곽에 새로운 땅을 찾는 방식은 토지 공급량을 늘릴 수 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주거의 질과 입지를 자동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택지 공급이 아니라 기존 도시 안에 부족했던 공간을 찾아내고, 이를 주거·업무·상업·문화가 결합한 입체적인 생활권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몇십만 호 택지 발굴이라는 숫자에 공급정책을 의존할 것인가. 미래의 주거지는 집과 일터를 자동차와 철도로 연결하는 도시가 아니라, 삶과 일, 여가가 가까운 거리에서 결합하는 주거지여야 한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진짜 공급은 땅의 양을 늘리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기능을 함께 공급하는 데서 시작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도시와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