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택지를 신속 공급 정책의 중심에 둔 방향은 타당하다. 공공택지는 단기간에 공급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수단이라기보다, 중장기 공급물량을 비교적 확실하게 확보하고 그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데 강점이 있다.
공공택지는 지구가 지정되고 사업이 본격화되면 토지 확보와 사업계획, 기반시설 조성, 주택 공급시기를 공공이 상대적으로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지난해 9·7 대책에서 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37만2000가구 이상을 착공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반면 민간 주택사업은 토지 확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사비, 분양경기, 사업자의 자금조달 여건 등 여러 변수에 좌우된다. 재건축·재개발은 조합의 의사결정과 인허가까지 더해져 정부가 공급시기를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3기 신도시의 경우 줄어든 평균값과 달리 개별 지구로 살펴보면 ‘현장의 시간’으로 인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빠른 인천계양도 후보지 발표에서 부지조성공사를 시작하기까지 3년 4개월이 걸렸고, 남양주왕숙과 하남교산은 4년 반 안팎이 소요됐다. 더구나 표의 착공일은 지구 전체가 아니라 여러 공구 가운데 최초 공구가 공사를 시작한 시점이다. 대규모 신도시는 한 번에 모든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상과 이주, 철거, 기반시설 여건에 따라 공구별로 순차적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따라서 ‘지구 착공’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실제 어느 정도의 주택용지가 공사 가능한 상태인지 알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드는 구간은 결국 실제 땅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토지보상을 시작했다고 곧바로 부지조성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협의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용재결이 필요하고, 토지를 취득한 뒤에도 주민 이주와 건축물 철거가 이어진다. 공장이나 상가가 있다면 기업 이전과 영업보상도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문화재, 오염토, 송전선로, 진입도로와 상하수도 같은 기반시설 문제가 겹치면 일정은 다시 늘어난다. 행정적으로 절차가 진행된 토지와 실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토지는 다르다.
지구지정과 지구계획을 병행하고 기본조사와 감정평가에 조기에 착수하는 것은 행정기관이 비교적 직접 통제할 수 있다. 행정적 리드타임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토지소유자의 보상 이견을 해소하고 주민을 이주시키며 공장과 사업체를 이전하는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행정절차에서 몇 달을 줄이더라도 현장의 병목이 그대로라면 전체 착공시점은 앞당겨지지 않을 수 있다.
공급관리 지표도 이에 맞춰 바뀔 필요가 있다. 토지보상률이 99%라고 하더라도 남은 1%가 주요 진입도로에 있거나 핵심 주택용지를 가로막고 있다면 해당 블록은 착공할 수 없다. 지장물 철거가 끝나지 않았거나 송전선로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평균적인 보상률이나 공정률은 사업의 전체적인 진척을 보여주지만, 실제 얼마만큼의 주택을 당장 착공할 수 있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공공택지는 앞으로도 수도권 주택공급의 핵심 수단이다. 보상과 이주, 철거, 기반시설 조성 등 현장의 시간을 보다 정교하게 관리해 계획된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 8·13 대책의 성과 역시 68개월이 37개월이 됐다는 평균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행정절차에서 줄인 시간이 실제 현장의 착공시점을 얼마나 앞당겼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공공택지의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 수도권 전체의 공급시간을 충분히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주택공급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만들어낸다. 특히 과거 인허가 감소와 PF 경색, 사업성 악화로 누적된 공급 공백을 단기간에 공공택지만으로 메우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공택지의 사업기간 단축과 함께 민간택지에서도 인허가와 PF, 사업성 제약으로 사업이 착공 직전에 멈추지 않도록 공급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도로·교통·학교 등 기반시설 역시 주택과 별개의 시간표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실제 입주 시점에 맞춰 공급돼야 한다.
결국 공급정책의 핵심은 ‘몇 만 가구를 계획했는가’에만 있지 않다. 공공택지에서는 계획된 물량이 현장의 병목 없이 착공으로 이어지고, 민간에서는 사업성이 있는 주택사업이 중간에 멈추지 않으며, 기반시설은 그 공급속도를 뒷받침해야 한다. 주택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몇 년 뒤의 공급 총량만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의 공급이 끊김 없이 이어지고, 어디에서 언제 착공해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공급의 시간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