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대책이 나올 때마다 몇 만 가구를 공급하고 몇 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숫자가 제시된다. 그러나 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급 계획보다 언제 실제 입주할 수 있느냐다. 이런 의미에서 물량이라는 ‘숫자’보다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3기 신도시를 기준으로 후보지 발표부터 주택 착공까지 평균 68개월이 걸리던 공공택지 사업기간을 37개월로 줄이겠다고 했다. 기존 택지의 착공도 앞당겨 8만9000가구를 조기 착공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의 실현 가능성은 결국 공공택지의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68개월에서 37개월’이라는 목표는 단순히 31개월을 줄일 수 있느냐보다 어디에서 그 시간을 줄일 것인가가 중요하다. 사업관리에서는 전체 사업기간을 결정하는 작업경로를 ‘크리티컬 패스(critical path)’라고 한다. 공공택지도 지구마다 이 경로가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보상이, 다른 곳에서는 기업 이전이나 송전선로가 전체 일정을 결정한다. 문화재나 광역교통시설이 병목이 되는 사업도 있다. 한쪽에서 절차를 몇 달 앞당겨도 크리티컬 패스에 놓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체 사업기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신속공급의 핵심은 모든 절차를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구별 크리티컬 패스를 찾아 해소하는 데 있다.
3기 신도시의 사례에서 크리티컬 패스 해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기존 신도시보다 사업기간을 줄이기 위해 지구계획과 보상절차를 병행하고 사전청약도 도입했고 속도 측면에서 분명한 진전을 보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후보지 발표부터 부지조성공사 착공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3기 신도시가 약 48개월로, 2기 신도시의 약 66개월보다 1년 반가량 짧았다.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행정절차를 병행하고 사업을 집중 관리한 것이 실제 기간 단축으로 이어진 셈이다.
정부가 착공뿐 아니라 보상과 부지조성까지 별도 목표를 두고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방향의 변화다. 3기 신도시를 통해 행정절차 단축의 효과와 한계를 모두 경험한 만큼, 현장의 병목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