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미나 기자)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경매 물건 증가는 통계로 확인된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8일까지 서울 주거시설 경매 진행건수는 2294건으로 지난해 8월(1772건)보다 29.5% 늘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이자 부담으로 향후 경매 물건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늘어난 경매 물건 대부분은 비아파트였다. 서울 주거시설 경매 100건 중 94건꼴인 2148건(93.6%)이 비아파트로 지난해 8월(1409건)보다 52.4% 급증했다. 반면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격을 뜻하는 낙찰가율은 같은 기간 83.7%에서 73.2%로 떨어졌다. 경매 물건은 쌓이는데 다주택자 규제와 대출 제한 등으로 이를 받아내는 수요가 따라붙지 못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파트 경매 지표에서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경매 물건 증가’ 조짐을 찾기 어려웠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지난해 8월 221건에서 이달 146건으로 줄었다. 낙찰률은 40.3%에서 35.6%로 낮아졌지만 낙찰가율은 96.2%에서 96.7%로 오히려 소폭 올랐다. 지난 6월과 7월 낙찰가율은 각각 101.7%, 101.0%로 감정가를 웃돌았다.
공공의 경매 아파트 대량 매입이 현실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매는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다. 집값이 크게 떨어져 아파트가 싸게 나오면 정부뿐 아니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민간 실수요자도 달려든다. 공공이 낮은 가격을 고수하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물량을 확보하려면 실수요자보다 높은 가격을 써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이 전문위원은 “아파트는 지금도 경쟁률과 낙찰가율이 높아 국가가 낮은 가격에 매입하기 어렵다”며 “최근 각종 규제로 경매시장에서 투기 수요가 빠지고 실거주 목적의 입찰자가 많은 상황에서 공공이 이들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아 다시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것은 역설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의 입찰 자체가 낙찰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도 “경매에 나온 아파트를 정부가 사들이려 하면 결국 민간 수요자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며 “공공이 실수요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물량을 가져가는 방식이라면 정책 목적과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아파트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이미 시행 중인 매입임대와 어떻게 차별화할지, 과거 고가 매입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매입가격과 대상 주택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과제다.
정책 수용성도 문제다.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한 이른바 ‘영끌족’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이를 정부가 낮아진 가격에 매입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는 셈이다. 공공 입장에서는 가격 급락기에 주택을 저렴하게 확보해 공공임대로 비축하는 안전판이 될 수 있지만, 고금리를 견디지 못해 집을 잃은 사람에게는 정부가 자신의 집을 싼값에 사들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출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국민의 주택을 공공이 낮은 가격에 대량 매입하는 구조가 될 경우 상당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