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스테이블코인 ‘아비트’ 발행… 제도권 진입 신호탄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4월 02일, 오후 07:09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친가상자산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 은행들이 협력해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자산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화폐)을 발행했다. 시험 거래 결과,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거래 비용을 낮추고 속도를 높이는 데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더욱 활발해질지 주목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커스토디아은행과 밴티지은행이 협력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했다.(자료=커스토디아은행 홈페이지)
◇커스토디아은행·밴티지은행 협력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최근 와이오밍주의 가상자산 전문 은행이자 디지털 자산 보관기관인 커스토디아은행이 밴티지은행과 협력해 실물 예금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아비트(Avit)’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은행 고객을 위한 새로운 미국 달러 결제 수단으로 아비트를 선보였다.

이번에 발행된 아비트는 이더리움 메인넷의 ERC-20 표준을 기반으로 하며, 전량 은행 예금으로 담보된다. 토큰 발행부터 운영까지 은행들이 직접 관리하며, 거래는 총 8단계로 구성돼 있다.

밴티지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정화폐 준비금을 관리하고, Fedwire 및 ACH 등 전자금융송금 시스템을 제공했다. 커스토디아은행은 아비트 관리 시스템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발행·상환, 보관 서비스, 거래 모니터링을 담당했다.

은행 고객은 발행된 토큰을 자신의 지갑으로 옮겨 셀프 커스터디 방식으로 보관하며, 은행 시스템 외부에서 기업 간 결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후 토큰을 다시 커스토디아은행으로 이체해 미국 달러 예금으로 환급받는 절차도 검증됐다.

양 은행은 이 과정에서 각자의 규제 기관과 협력하고, 미국 은행보안법(BSA)과 자금세탁방지법(AML) 등 관련 규제를 철저히 준수했다.
케이틀린 롱 커스토디아은행 대표는 “이번 사례는 미국 은행이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허가 없는 블록체인 위에서 수요 예금을 토큰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친가상자산 힘 입어 제도권 안착 시도

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기존 인터넷과 달리 분산형 구조이기 때문에 기존 은행망과 직접 연동하기 어렵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 가상화폐와 현실 금융 자산을 연결하면서도 가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은행에서는 금이나 현금을 맡기면 이자를 지급하지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예치해도 이자가 없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나 법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자산 구매를 대행하거나 암호키를 보관하는 커스터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금융기관이나 커스터디 서비스 기업과 연계할 경우 여러 이점이 있다. 임명환 한국에이아이블록체인융합원장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은 최근 트럼프 정부가 가상자산을 국가 비축자산으로 활용하려는 흐름 속에서 은행의 자금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며 “발행된 코인만큼의 예치금이 필요하며, 이번 사례는 기존 금융 제도권과의 연계를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례는 중소 규모 은행이 주도했으며, 테더(USDT)나 USDC 같은 주요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점에서 확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은 “스테이블 코인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데, 중소 은행의 시도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친가상자산 정책에 따라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은행들도 이를 적용해보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